사진출처:<하성효 포토 갤러리>님의 블로그에서
나비궁전 / 이이체
지하실에서 형이 어머니의 치마에 그려져 있던 나비의 유골을 발견했다. 윤회하듯 웅크린 채였다. 샛노랗게 만개한 털들을 흩뿌리고 살은 썩은 땅으로 스며들어 있었다. 생전에 펄럭이던 횟수만큼 풍성한 뼛조각들이었다. 흐린 흙먼지들이 점점이 묻어 있어 더욱 형형했다. 형은 치마폭에 안길 때의 얼굴로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치맛자락처럼 일그러져 있었다. 유골의 곁으로 울긋불긋한 실타래들이 널브러졌다. 네모지게 깎인 나무계단은 위층의 전생前生들이었다. 날개를 늘어뜨리고 걸으면 사라락사라락 불편하게 쓸고 오르내릴 수 있는 하나하나씩의 생이었다. 어머니가 한 칸 한 칸 올라갈 때마다 뼈가 차츰 바스러졌다. 우리는 나비로부터 누락漏落된 바람들을 줍느라 미궁에 갇혀 버리겠지. 그러니 이 땅을 너무 사랑하지 말자. 먼지들이 사려 놓은 색색의 실 뭉치들이 점점 앙상해져만 갔다. 위층에서 새어 들어오는 찬 공기가 지하실을 적셨다. 어머니가 형을 부르는 목소리였다. 올라가자, 궁에 가둔 바람들이 나비를 버렸다. 형이 입을 걸어 잠그면서 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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