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Daum영화>검색어에서
꿈꾸는 불면증 / 이이체
늑대가 산허리에서 파란 울음을 퍼뜨리는 시간이에요. 지루한 우울이 잿빛으로 번지고 매캐한 부표들로 이 시간은 좌표를 잃죠. 기억하겠다고 말하곤 망각해 버리는 사람들을 기억하는 일. 나만큼은 좌표를 잃은 적 없어요. 회색 같은 혓바닥은 그들에게 물려받은 핏줄이에요, 변주된 그늘이죠. 의미는 무너진 것에 있으니, 어차피 삶이란 없음을 알고 견뎌가는 것. 될 수 있으면 많이 잃고 싶어요. 울거나 웃는 얼굴은 끝끝내 불편하고 징그럽거든요. 우리는 꿈에서 이것들을 발굴해 가야 합니다. 누구나 꿈을 꾸고 나면 그 꿈에 대해 떠들곤 하지만 진짜 악몽은 말할 수 없죠. 입을 다문 그 모습이야말로 무표정이 아니라 표정의 진실입니다. 아시죠? 이 노랠 들으면 편안하게 슬퍼져요. 그들은 노랫말들을 신화와 실화 사이에서 건져 올려 흠뻑 젖은 음계에 싣는 거예요. 정말이지 온몸이 박하사탕 같은 일입니다. 될 수 있으면 많이 앓고 싶어요. 꿈같은 말들을 뚝 뚝 흘려버리세요. 자유로울 테죠. 지도에서 내 좌표를 삭제해 봐요, 사진 찍는 부스에서 셔터가 반짝, 한 순간을 태워 버리고. 보관되기에 가장 진실한 형태는 무형無形이었다는 사실. 노래하세요, 더 이상 우울하지 않다는 법은 없으나 발굴되지 못할 그늘인 걸요. 속삭이세요, 이제 흔들릴 차례예요.
'참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푸른날 / 서정주 (0) | 2011.03.15 |
---|---|
나비궁전 / 이이체 (0) | 2011.02.02 |
난중일기 4 / 장경린 (0) | 2010.08.23 |
난중일기 1 / 장경린 (0) | 2010.08.19 |
세속도시 4 /강인한(1944~ ) - 간도 쓸개도 없는 중환자를 보라 (0) | 2010.07.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