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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124
사과의 幻 / 이수명
등에 붙은 가시가 조금씩 가벼워졌다. 가시로 깔깔거리기도 했다. 먼데 지붕 위에서 돌이 홀로 구르는 소리
천천히 떠오르는 어떤 귀가 있다. 뿌리 없는 귀, 잠든 소리들, 잡으려 하면 내 손만 잡힌다. 귀를 열어볼 수가 없다.
팔려온 사과들에 마음을 빼앗겼다. 팔려와서야 익는 사과들, 함부로 교환되는 빛깔과 사귀었다. 이제 무엇을 뒤집어쓸까요.
다 드러난 잇몸이 아파요.
떨어져나간 생각들이 돌아올 때가 있다. 생각들이 눈이 멀어 있다. 사과처럼 뭉쳐지지 않는다. 생각에는 씨가 없다.
나의 교환에 열중하자 나는 금방 발을 떨어뜨렸다. 다시 발을 바꾼다. 발이 물렁물렁해져서 멀리 가지 못했다.
월간 『현대시학』 2009년 2월호 발표
[이수명 시인]
1965년 서울에서 출생하여 서울대학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4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우리는 이제 충분히」 외 4편의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새로운 오독이 거리를 메웠다』 『왜가리는 왜가리놀이를 한다』 『붉은 담장의 커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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