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전디카인사동(인물사진동호회)>님의 카페에서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126
연애편지를 쓰자 / 김행숙
어둠을 동그랗게 오려낸
스탠드 불빛 아래서
꿈결처럼
너도 언젠가 그런 편지를 받아본 적이 있었다고 생각하는
옛날 연애편지를 쓰자
이 연애편지에서 나는 무엇을 소망하는가
밤바다의 등대나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매우 어려운 것을
꿈꾸는 눈동자나
노래하는 심장과 함께
그때 우리는 열렬해
외롭기도 해
그랬지, 나는 오래전에 너의 창문을 두드리고 두드리다
갔지
세게 두드렸으면 유리창쯤 깨졌을 텐데……
피도 봤겠지
너도 봤겠지
오버over하는 건 연애의 본질일까, 실수일까
지우개는 아직 하얗고
밤중에 밀려나오는 지우개 가루는 검다
모래로 쓴 글씨처럼
애써 지울 필요도 없어!
우리는
내일 또 지워진 후에 아주 옛날식 연애편지를 쓰자
『시, 사랑에 빠지다』(현대문학) 2009년 2월호
[김행숙 시인]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려대 국어교육과 및 같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9년『현대문학』에「뿔」외 4편을 발표하며 등단했다.현재 고려대와 상명대에 출강하고 있다. 시집으로『사춘기』(문학과지성사, 2003)와『이별의 능력』(문학과지성사, 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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