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gilson59>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 ]-129
아무 날의 도시 / 신용목
식당 간판에는 배고픔이 걸려 있다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어스름이 내렸다 거리는 환하게 불을 켰다
빈 내장처럼
환하게 불 켜진 여관에서 잠들었다
뒷문으로 나오는 저녁
내 머리 위로도 모락모락한 김이 나는지 궁금하다 더운 밥이었을 때처럼
방에 감긴 구불구불한 미로를 다 돌아
한 무더기 암호로 남는 몸
동숭동 벤치에서 가방을 열며 나는 내가 가지지 못한 내과술에 대해 생각한다
꺼낼 때마다 낡아 있는 노트와 가방의 소화기관에 대해
불빛의 내벽에서 분비되는 어둠의 위액들 그 속에 웅크리고 앉아 나는
너를 잊었다 너를 잊고 따뜻한 한 무더기
다른 이야기가 될 것 같다
한 바닥씩 누운 배고픈 자들이 아득히 별과 별을 이어 그렸을 별자리 저 암호는
너무 쉬워 신호등이 바뀌자
거리는 환하게 어둠을 켰다 빈 내장처럼
약국 간판에는 절망이 걸려 있다
계간 『시인세계』2009년 봄호 발표
[신용목 시인]
1974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서남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2000년 『작가세계』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 바람을 다 걸어야 한다』(문학과지성사, 2004)와 『바람의 백만번째 어금니』(창비, 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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