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음영화미러마스크>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125
데드 마스크 / 강기원
얼굴은 어디로 갔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그는 생각한다
문제는 늘 드러나는 속내
얼굴은 어디로 갔지
차라리 가면을 만들자
포커 페이스
흐린 눈에도 멍한 귓속에도
석고를 붓는 거야
윗입술과 아랫입술이 견고하게 붙는다
미련하게 솔직한 혀도
이 목 구 비 차례로 사라지고
이름 없는 무표정의 얼굴 하나
얼굴 위에 무겁게 덮인다, 납덩이처럼
떼어내지 말아야 해 익숙해져야 하니까
아침마다 그는
만나야 할 로봇 같은 면상들을 떠올리며
거울 앞에서 낯선 이목구비를 그린다
때로는 근엄하게 때로는 인자하게
중요한 건 카리스마와 유머를 잃지 않는 일
늦은 밤
바퀴와 회전문 에스컬레이터와 칸막이 사이를 누비고 다녔던
그가, 그가 아닌 그가
무너지듯 잠자리에 든다
가면 벗는 것도 잊은 채
그 밑의 숨막힌 얼굴이
뭉클하게 썩어가는 것도 모르는 채
그리고
다음 날
그는 또 다시 죽음을 향해 걸어간다
데드 맨 워킹
얼굴은 어디로 갔지
월간 『현대시학』200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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