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삶에대한 추억이야기>님의 카페에서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122
사실적 / 이영광
이곳에 사실이 있었다 사실을 믿어선 안 된다
사실은 사실 아닌 것이 될 수 있을 만큼만 사실이다
나는 내가 사실은 사실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당신이 버리고 떠나는 걸 내가 받아들이는 이유이다
관이 들려 나가고 없는 빈방
몸, 그것을 만지고 문지르고 결박해서
거친 베옷에 집어넣어버린 손들이 떠난 방바닥
관이 간신히 누르고 있던 자리가 다시 곤히 부풀어 오르는 순간을
오래 들여다본다
더는 사실이 아닌 당신이 한낱 사실을 사실로 돌려놓고
맨 마지막으로 나가는 것을,
당신의 첫 마술을
사실적일 뿐인 나는 오래
지켜본다, 다만 사실적으로
이곳에 사실이 있었다 사실을 사랑해선 안 된다
내가 당신을 붙잡지도 울지도 않는 이유이다
계간 『너머』2008년 겨울호 발표
[이영광 시인]
1967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고려대 영문과 및 동대학원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8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시 「빙폭」 외 9편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 직선 위에서 떨다』(창비, 2003)와 『그늘과 사귀다』(랜덤하우스, 2007)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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