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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시인광장 선정 2009년 올해의 좋은 시 1000]-121
청춘4 / 진은영
자기의 핏속에서만 용감하게 달리던 흑기사가 있었다
그때 아홉 개 조각난 얼음에 찔린 듯
그때 뜨겁고 붉은 입 속에서 찌르던 것들 사라졌다
말할 것이 많았다 말할 것이
없었다
모든 것은 행동으로 환원되었다
검은 벽
검은 별과
검은 병이 뒤척이던
향기나는 몸뚱이의 지진
그때 모든 이는 노래할 이유가 없었으므로
그때를 향해 가수의 입술은 피어나고
우리는 지나간 허기에 대해
닫힌 대지처럼 굳게 입 다문다
오늘은 한 그루
흰 사과나무로 솟아오를 뿐
사과꽃 만발한 노래에 뒤덮인
가지 사이
매달아놓았던 꿈들의
창백한 모가지가
바람 속에서 흔들린다
푸르고 둥근 밑둥의 저음(低吟)을 따라 피 흘리며
계간 『너머』2008년 겨울호 발표
[진은영 시인]
1970년 대전에서 출생하여 이화여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0년 계간 『문학과사회』 봄호에 「커다란 창고가 있는 집」 외 3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시집으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2003년 문학과지성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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