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양 우리산악회>님의 카페에서
벼랑의 별 / 김은자
벼랑에 서 있을때 별은 더욱 눈부시다
높은 절벽 앞에 서면 사람들은
먼 이름을 부르고 싶어한다
벼랑은 절망의 끝,
질펀하게 울고 난 뒤 새처럼 털고
비상하는 비련의 4악장이다
한 발을 낭떠러지에 내 딛었을때
질기디 질긴 저 아우성을 보라
만질때마다 피가 묻어나오는 균열의 시간들
그대는 이미
죽음보다 견고한 상처를 만진 것이다
오래 비워 둘 수 없는 제 이름과 마주친 것이다
벼랑에서는 모두가 소리가 된다
너도 소리고 나도 소리다
별빛 가지 흔드는 삼나무 숲처럼
스스로 묻는 자는 길을 찾는다
허공을 떠돌던 불빛이 집을 지을 무렵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들녘의 별이었던가
벼랑에 서 있을때 사람들은
눈동자처럼 깊어진다
몸에 홈을 파고
깊은 수렁을 내려 놓은 사람들
막다른 골목에 서 본 자만이
거친 능선을 넘어돌아온 메아리가 될 수 있다
어둠을 흔드는 별이 될 수 있다
[시작메모, 시인의 말 : ]
우주가 막막하다고 느낄때 벼랑의 의미를 새겨보라 벼랑은 절망의 시작이 아니라 끝인것을,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살아가는것은 견고한 균열을 만지는 일이다 벼랑 위 별을 보라 가파른 비탈에서 더욱 눈부시지 않은가? 벼랑에서는 어떤 소리도 메아리가 된다 그것은 깊은 수렁을 내려 놓았기 때문이다 끝은 시작이다 벼랑에 서 본 자만이 푸른 날개로 밤을 흔들수 있으리니 홀연히 빛나리니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행자의 집 / 잘랄 앗 딘 루미 (0) | 2009.02.10 |
---|---|
연고를 바르며 / 김은자 (0) | 2009.02.10 |
나침반 / 차주일 (0) | 2009.01.30 |
이른 봄 / 고은 (0) | 2009.01.22 |
나는 지금 너무 어지럽다 / 이은봉 (0) | 2009.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