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여행자의 집 / 잘랄 앗 딘 루미

자크라캉 2009. 2. 10. 11:29

사진<사과>님의 블로그에서

 

 

행자의 집 / 잘랄 앗 딘 루미


너는 여행자의 집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낯선 이들이 드나드는 여행자의 집.

즐거움, 우울함, 비열함,

순간의 깨달음이

기다리지 않는 손님처럼 찾아온다.

그 모두를 반갑게 맞이하라.

 

그들이 집 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아끼는 가구를 모두 없애는

슬픔의 무리일지라도

정성을 다해 환대하라.

 

새로운 기쁨을 가져다주기 위해

집 안을 깨끗이 비우는 것인지도 모른다.

 

어두운 생각, 날카로운 적의,

비겁한 속임수가 오더라도

문 밖까지 나가 웃으며 맞이하라.

귀한 손님처럼 안으로 모셔라.

누가 찾아오든 고개 숙여 감사하라.

 

문을 두드리는 낯선 사람은

너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찾아온

미래에서 온 안내자이다.

 

 


정원으로 오라  / 잘랄 앗 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 시에서 ‘당신’은 아마 우리가 기어이 만나야 할 ‘마음’일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은, 우리가 마주치기 싫어하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그 무엇인지 모릅니다. 그러나 고틀립 박사가 하나하나 설명했듯이 그 마음과 만나지 않는다면 ‘봄의 정원’에서 끝끝내 외롭고 힘들고 쓸쓸할 것입니다. 봄날, 밤의 정원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과 만나야 합니다. 만일 당신이 오신다면, 정성껏 마련한 꽃과 술과 촛불은 또 얼마나 더 아름답겠습니까. 고틀립 박사가 보낸 편지를 읽으며, 봄의 정원에서 ‘마음의 성년식’을 치렀으면 합니다. 저기, 우리 마음이 걸어오고 있습니다. 낯선 그러나 아주 낯익은, 낯익은 그러나 아주 낯선 당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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