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성남초등학교>님의 카페에서
웃음 부의(賻儀) / 조성국
잘 익은 복숭앗빛 같이 뺨 붉던
세침떼기 고 계집애
초등학교 때부터 마음속에 들어와선
한 번도 빠져나간 적이 없는
고 계집애, 아비가 돌아가셨다
위친계모임에서나 잠깐 엿들은 풋정의 얼굴이 떠오르자
조문 가는 길이 설레었다
몇 십 년만큼의 애틋함이 콱 밀려와서는
영좌의 고인에게 절 올리면서도
힐끗힐끗 곁눈질로 훔쳐보던
일테면 내 꿍꿍이속을 알아차렸다는 듯
외동딸이던 그녀 대신 상주가 되어
나와 맞절한 남편이 피식 웃었다
신행 왔던 그의 발바닥을 매달아서
유달리도 직싸게 두들겨 팼던 것이
잠시 기억나서 덩달아 나도 피식 웃고
또 그걸 본 여자, 호야등 켠 곡을 잠시 멈추더니
은근슬쩍 뺨이 한층 붉어져 부리나케 모습을 감추자
상청 차일 속 어디선가 화투패 돌리다말고
누런 뻐드렁니 들어낸 듯
키들거리는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참지 못하고 들려왔다
<내일을 여는 작가> 2008 겨울호.
(이상국 선)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른 봄 / 고은 (0) | 2009.01.22 |
---|---|
나는 지금 너무 어지럽다 / 이은봉 (0) | 2009.01.22 |
매화민박의 평상 / 백상웅 (0) | 2009.01.22 |
얼음조각은 상처를 보이지 않는다./ 구재기 (0) | 2009.01.22 |
침묵의 창세기 / 김백겸 (0) | 2009.0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