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천서부초등학교21회>님의 카페에서
웹진 [시인광정]. 2008. 가을호
공용터미널 뒷골목엔 염천(炎川)이 흐른다/유리아
신탄진 터미널 뒷골목에서
길을 놓쳤다
평상이 있는 담뱃가게 모퉁이를 꺾는 순간
방금 전 누군가 돌아서 나간 골목길이 스멀스멀 물살을 일으킨다
정박할 곳 찾아 두리번거리는
사내의 뱃머리를 집어삼킨다
부러진 갈빗대를 끌고 와
새파란 정적이 될 때까지
물살을 찢고 제 몸을 헹구어
순한 물짐승이 되어서야 돌아눕는 사내
물비늘 촘촘히 박힌
사내의 옆구리엔
흘러간 옛 애인 집 문패가 걸려 있고
천식이 깊은 아내의 후미진 골방이 있고
저 수몰지구 비탈길엔
그 해 가장 깨끗한 첫 서리가 내리기도 했을 것인데
내 몸속에도 마땅히 흘러야 할 곳을
찾지 못해 고여 있는 급수 탱크가 있어
꼭지를 틀면 쏟아지는 뜨거운
폭포줄기가 있어, 가끔은
염천炎川이 흐르는
터미널 뒷골목을 쭈뼛거리며
빈 담뱃갑을 구기거나
괜한 구두끈을 고쳐 매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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