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레미콘 트럭 / 이동호

자크라캉 2009. 1. 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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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믹서트럭코리아>님의 카페에서

 

[계간<<시와상상>> 2008. 가을호]

 

 

  미콘 트럭  / 이동호


 


  아버지는 신이셨다 트럭에 지구를 올려놓고 자주 출타 중이셨다.

  지구는 짐칸에서 저 홀로 빙빙 돌아가고, 그럴 때면, 아버지는 저녁 무렵

에 돌아오셨다.

  아버지의 작업복은 은하수에 젖어 반짝이고,

  뉴스에서 열대야가 자주 거론될 때에는, 북극의 빙하를 까만 비닐 봉지에

가득 담아오기도 하셨다.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우리 머리를 아버지의 손바닥이 쓰다듬을 때마다

  후두둑 우리의 발등으로 별들이 떨어지곤 했다.


  우리는 자갈이거나 모래였다. 아버지는 몇 포대의 시멘트와 물만으로 우

리를 견고하게 만드셨다.

  형은 한 가정의 든든한 바닥이 되었고, 나는 단단한 기둥으로 자랐다.

  아버지는 우리에게 지구를 물려주시고 산 속으로 돌아가셨다.

  그런 아버지를 기리기 위해  우리는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마음에 신전을

세웠다.

 우리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세상을 다스렸다.


  두어 개의 쇠못과, 나사못 같은 아이들을 가슴에 안고 아버지의 무덤을 방

문하곤 할 때에는,

  가끔,  손바닥으로 다큰 우리 등을 쾅쾅 두드려주신 것처럼 하늘에는 천둥

이 치고  후두둑 빗방울이 우리 아이들의 어깨를 토닥여주곤 했다.

  아이들은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스스로를 구부렸다 펴곤 했다.


  아이들도 이제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온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가 되었다

  그런 날에는 일찍 집으로  돌아와서 나는  내 자식들에게 신화에 대해 말해

주곤 했다.

  태초에 아버지의 트럭이 있었다. 아버지는 시멘트로 이 세상을 지으셨다.

  그 속에서 우리들을 살게 하셨다


  세상 밖에는 아버지의 트럭이 정차해 있고, 지구는 그 트럭 위에서

  여전히 빙빙 돌고 있다.

 

 

[이동호 시인]

 

본명 이창호, 경북 김천 출생, 2003년 제6회 <시산맥상>수상, 2004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부문 당선, 2005년 <<한국문예진흥기금>>수혜, 2007년 시집 <<조용한 가족>>출간, 2007년 <<부산작가상>>수상, 2008년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2008년 <<대산창작기금>> 수혜, [난시] 동인 [시울림 시낭송회] 동인, [부산시인협회]회원. [부산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

이-메일 : ychang235@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