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동해사진동우회>님의 카페에서
돌꽃 / 마경덕
물이 마르자 꽃이 사라졌다. 따글따글 돌 구르는 소리, 물새울음도 들리지 않는다.
저 주먹만한 몽돌의 나이는 아무도 모른다. 흐르고 흘러 먼 섬에 닿았다가 수천 년 파도에 굴렀다. 어느 바람이 손이 헐도록 바위를 쪼개고 다듬어 둥글었다. 따글따글 물에 부딪혀 모난 성질 다독여 꽃을 피웠다.
그냥 두고 와야 했다. 저 돌멩이가 바다의 살점인 줄 몰랐다. 얼마나, 천천히, 천천히… 품고 어르고 한 숟갈, 두 숟갈, 짠물을 떠 먹여 키웠는지 미처 몰랐다. 그 아름다운 돌무늬가 돌의 마음이었다. 물이 마르니 마음도 거두어갔다.
[ 2007,『유심』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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