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돌젖 / 정우영

자크라캉 2009. 1. 9. 13:59

 

사진<안양초등학교 제3회>님의 카페에서

 

/ 정우영

 

아내가 막 낳은 나에게 젖 물려요.

들큰한 젖 냄새가 아침을 환히 켜네요.

즐겁게 웃는 네 입술이 새카말 거예요.

오래잖아 젖 마르면 나는,

검은 빛 드거운 빨대로

아내 등 여기저기 콕콕 찔러댈 거예요.

미레 어느 날 내 아들은

아무런 감동 없이 나를 마시고 씹을 테지요.

맛있게 내 돌젖 빨며 나를 즐길 테지요.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는 머언 훗날,

오늘 나는 남보다 빨리 쪽쪽 돌젖 빨지요.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 내 몸에 쌓아 두지요.

헉, 갑자기 등이 아파오네요.

누가 내 등에 파이프를 꽂는가 봐요.

 

 

2008년 『시와세계』겨울호. p.35.

 

[약력]

정우영

1989년 『민중시』로 등단

jwycho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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