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안양초등학교 제3회>님의 카페에서
돌젖 / 정우영
아내가 막 낳은 나에게 젖 물려요.
들큰한 젖 냄새가 아침을 환히 켜네요.
즐겁게 웃는 네 입술이 새카말 거예요.
오래잖아 젖 마르면 나는,
검은 빛 드거운 빨대로
아내 등 여기저기 콕콕 찔러댈 거예요.
미레 어느 날 내 아들은
아무런 감동 없이 나를 마시고 씹을 테지요.
맛있게 내 돌젖 빨며 나를 즐길 테지요.
그러나 미래는 알 수 없는 머언 훗날,
오늘 나는 남보다 빨리 쪽쪽 돌젖 빨지요.
남의 것이라도 빼앗아 내 몸에 쌓아 두지요.
헉, 갑자기 등이 아파오네요.
누가 내 등에 파이프를 꽂는가 봐요.
2008년 『시와세계』겨울호. p.35.
[약력]
정우영
1989년 『민중시』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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