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신 - 시란 무엇인가 (똥이고 오줌이다) http://cafe.naver.com/yeegangsan/2109
시는 '쉬-'이거나 '시-'입니다. 흔히들 시를 '詩'라고하고, 그것은 '言'과 '寺'의 결합이라고들 합니다.
그래서 말(言)을 절집에서처럼 아끼는 것이 시의 정수라고들 합니다만 -그도 그럴 것입니다만- 나는
'쉬-'이거나 '시-'이라고 우스개 삼아 이야기하곤 합니다. '쉬-'나 '시-'는 의성어입니다. 바로 오줌 싸
는 소리이지요. 배설하는 소리가 비단 이것뿐만은 아닐 것입니다만 그 어감이 비슷하여 그렇게 주장합
니다. 즉 시는 우리가 배설하여 나오는 오줌이거나 똥쯤으로 생각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냄새가 지독
합니다. 무엇을 먹고 배설하느냐에 따라 그 독특한 냄새도 달라질 것입니다. 어쨋든 시는 배설물입니
다.
푹 삭은 아니 잘 썩은 배설물이지요. 때로는 어설픈 시인들이 충분히 삭지도 않은 배설물을 시라고
내리깔기는 경우도 있으나 그런 것들은 모두 선오줌 혹은 산똥이라고 하여 별도로 취급합니다. 제대로
된 똥이나 오줌이 아니라는 이야기이지요. 그런 배설물인 시에서는 깊이있는 냄새가 나지 않습니다. 나
의 경우 화장실에 앉아 있을 때나 , 아니 그보다는 산이나 들에서 바람 속에 엉덩이 마구 까놓고 그 일
을 볼 때 시적 영감이 잘 떠오르는걸 보면 더욱 그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시인들마다 독특한 환경, 특
별한 습관이 있습니다, 나중에 다루게 될 기회가 있음-그것이 시인에게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 아무튼 시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시쓰기보다 더 어렵습니다.이것
이 시이다라고 정의하는 사람은 많으나 모두 시의 일면을 정의했을 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운문
에 의한 모방이라고 했으며, 시드니는 가르치고 즐거움을 주려는, 의도를 가진 말하는 그림이다라고 하
였습니다. 시가 인생의 비평이라고 한 사람은 아놀드 멧듀이며, 워즈워드는 힘찬 감정이 자연스레 넘쳐
나서 이루어진 것이며, 그 근원은 고요한 속에 상기되는 정서라고도 하였으나, 산문이 말을 최상의 순
서로 놓은 것이라면 시는 최상의 말을 최상의 순서로 놓은 것이라고 한 코울리지의 말이 더 실감 납니
다. 익숙한 대상을 마치 처음 대하듯하게 하는 것이 시이다 라고 한 셀리도 있습니다만 나는 우리의 김
소월의 말을 늘 생각합니다.
소월은 시를, 우리들 적막한 가운데 사무쳐오는 환희를 경험케 하는 것. 어두운 거울에 비추어 보아야
보이는 우리들의 참모습. 빨래한 옷이 생명의 봄 둔덕에 나부끼는 모습이라고 하였습니다. -
시는 한 마리의 새요,모닥불이며 한 방울의 이슬이기도 할 것입니다. 난 언어로 그리는 그림이라고 생
각하지만 그도 그리 신통한 듯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는 배설물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그 사람의 사상이나 철학.경험에서 얻은 총체적인 기억
들이 그 사람의 내부에서 삭아 더 어떻게 할 수 없을 때 배설하는 찌꺼기 같은 것입니다. 들어가면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입니다. 똥구멍이 없는 진드기(가분나리)도 제 입을 통해 배설한다지 않
습니까? 우리는 먹어야 살고 배설해야 삽니다.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아주 건강한 사람입니다.
모든 생명체의 속성이 그러합니다.
배설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요. 화가는 색을 통해서, 음악가는 음악을 통해서, 서예
가는 글씨를 통해서, 시인은 언어를 통해서 배설하는 것입니다. 시가 이 중 특별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그 배설의 매개체가 바로 '언어'라는 데 있습니다. (시가 왜 최상의 예술인가는 다음에 이야기 있음)
어쨋든 시는 '쉬-'인데요, 배설물의 특징 중 하나는 먹은 것보다 그 양이 아주 적게 나온다는 데 있습
니다. 그리고 먹은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게 그 모양새가 무척 달라져 있고요, 먹은 것들이 서로 섞여
구분하기 힘들게 되어 있으며, 배설한 이에 따라 독특한 냄새를 가지고 있으며, 그리고 삭이기 힘든 것
일수록 오래 있다가 나오기도 하고, 제대로 배설하기 위해서는 잘 씹고 잘 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입니
다. 선똥은 금방 그 먹은 것을 미루어 알 수 있으나, 제대로 소화되어 나온 훌륭한 똥일수록 무얼 먹고
싸댔는지 잘 알수가 없지요. 그리고 언어를 통한 배설은 누구나 합니다.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시인이
될 수 있습니다.
시는 일상적인 언어로써 마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 사람의 배설물이라는 데
는 아무도 의의를 달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표절이나 도용 등이 있을 수 없습니다.
아무튼 시는 똥이고 오줌입니다.
그 앞에서 주눅이 들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제 속에 다 있는 것이므로 편안하게 대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내 안의 똥과 비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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