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구에서의 시 정의
2. 동양에서의 시 정의
3. 시의 정의
1. 서구에서의 시에 대한 정의
우리 시문학사에 있어서 시에 대한 정의는 주로 서구의 시문학 내지 그들의 시론에 의지해 왔음이 사실이다. 서구에서의 시의 출발은 그리이스어의 '포에시스'로 보고 있다. 그 말에는 행동과 창작의 뜻이 담겨 있다. 또 시인을 일컫기를 '포에타'라고 했는데, 이 말에도 창작하는 사람의 뜻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시나 시인은 어원적으로 같은 뜻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덕수(文德守) 편저『세계문예대사전』에 나타난 시와 시인
고대 그리이스에서는 시란 집을 짓고 불을 붙이고 농사를 짓는 일과 동등한 일로 보았으며, 시인이란 논밭을 갈아서 일하는 대신에 주문을 외어 비를 내리게 하고 수확의 감사를 노래하는 데 전력을 다한 사람이었다. 이런 뜻에서 시인은 구체적인 시작품, 즉 포에마Poema-Poem를 만들어내는 제작자이며 기술자이나, 또 한편 내용면에서는 포에마의 본질인 포에시스Poesis는 인간의 최고선(最古善)인 행복의 문제, 즉 윤리적 내용을 포함하므로 모방자(模倣者)mimeta=Imitator이기도 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인의 이같은 이원성(二元性)에 입각하여 포에타Poeta와 미메타mimeta를 병용했다. 플라톤은 시인을 진리에서 먼 모방자라 했다. 즉 책상, 집 등의 사물의 이념을 만든 신(神)인 창조자Creator가 있고, 그 이념에 따라 실제의 책상, 집 등을 만드는 제작자maker가 있고, 그 제작자의 제작물을 모방해서 그림을 그리고 언어로 모방해서 노래하는 시인이 있다는 것이다.
동양 일원에서 공통적으로 쓰이는 '詩'라는 한자의 구조를 보면 '言'과 '寺'의 합자(合字)임을 알 수 있다. '言'은 모호한 소리인 '음(音)'이나 말을 나타내는 '담(談)'이 아닌 '분명하고 음조가 고른 말'을 뜻한다. '寺'는 '持'와 '志'의 뜻을 가지고 있다. '持'란 손을 움직여 일하는 것을 말하며 '志'는 '우리의 마음이 어떤 대상을 향해서 곧게 나감'을 일컫는다. 그러므로 시라는 말 속에는 '손을 움직여 일한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동양의 시에도 서구와 같은 창작이나 행동의 뜻이 담긴 동일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의 어원 같은 것은 우리가 쉽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란 무엇인가'라는 정의를 내리기는 그렇게 쉽지 않다. 엘리어트의 '시에 대한 정의의 역사는 오류의 역사'라는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이 말은 시대에 따라서, 시인에 따라서, 시의 종류에 따라서 시를 보는 안목이 모두 다름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지극히 상식적인 시에 대한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다.
"시란 인간의 사상과 정서를 유기적 구조를 지닌 운율적 언어로 형상화한 운문문학의 한 갈래이다."
더 알기 - 시에 대한 여러 정의들
· 시 3백수에는, 한마디로 말한다면 사악함이 없다. ―『논어』 爲政篇
· 임금을 사랑하지 않고 나라를 걱정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며, 어지러운 시국을 아파하지 않고 퇴폐적 습속을 통분하지 않는 것은 시가 아니다. 단 진실을 찬미하고 거짓을 풍자하거나 선을 전하고 악을 징계하는 사상이 없으면 시가 아니다. ―『목민심서』
· 시인의 소원은 가르치는 일, 또는 쾌락을 주는 일, 또는 둘을 겸하는 일. ― 호라티우스 『Ars poetica』
· 시는 평정한 상태에서 환기된 강력한 감정의 자발적 범람이다. ― 워즈워드
· 시는 미의 운율적 창조다. ― E.A.포우
· 시는 체험이다. ― R.M.릴케
· 시는 언어의 건축물이다. ― M.하이데거
· 시는 역설과 아이러니의 구성체다. ― 브룩스
· 시는 마음에서 우러난다고 한 것이 믿을 만하다. ― 이인로 『破閑集』
· 시는 함축되어 드러나지 않는 것을 귀하게 여긴다. 그러나 희미한 글, 숨은 말로서 명백하고 통쾌하지 않은 것은 또한 시의 큰 병통이다. ― 서거정 『東人詩話』
· 무릇 시에 있어서는 자득(自得)이 귀하다. ― 이수광
· 시인이 창작한 제2의 자연이 시다. ― 조지훈
1) 정형시(定型詩)
정형시라 함은 시의 구조나 시구, 또는 리듬에 있어서 일정한 형식적 제약을 받는 시를 말한다. 동양의 정형시는 보통 음수율·음위율·압운(押韻)·음성률(음의 고저장단)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자수율에 의해서 지배되거나 음보율을 지닌 정형시다. 이런 정형시는 각 나라마다 제 나름대로의 언어적 특성이나 양식에 따라 고유한 형식을 갖는 것이 특성이다. 일본의 단가(短歌)는 5.7.5.7.7의 5구 31음의 자수율을 이루고 중국의 시는 절구(絶句)·율시(律詩)·배율(排律) 등의 제약을 받으며 정형시를 이룬다.
2) 자유시(自由詩)
자유시는 오늘날 우리가 쓰고 있는 모든 현대시의 형태를 말한다. 정형시가 지니는 리듬의 형식을 벗어난 연상률(聯想律)에 뿌리를 둔 시라 할 수 있다. 자유시의 시원을 그리이스나 로마의 산문예술로 보는 견해도 있으나 현대에서는 19세기에 일어난 시의 한 형태로 그 의미를 주고 있다. 19세기의 휘트먼Walt Whitman에서 시작하여, 프랑스의 보들레르 등의 상징주의 시인들에게서 전파되었고, 영국의 홉킨즈의 스프렁 리듬Sprung rhythm을 20세기 자유시의 효시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의 자유시는 최남선(崔南善)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1908년) 이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요한(朱耀翰)의 「불놀이」를 그 형식이나 작품의 문학성으로 보아 자유시의 효시로 삼고 있다.
1) 서정시(抒情詩)
좁은 의미에서의 서정시란 순수한 감정 체험을 나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언어의 의미 전달기능보다는 읽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순수시와 깊은 관련이 있다. 고대에서는 서사시나 극시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서정시는 하나의 독립된 장르로 확립되어 있지 않았으나 근대에 와서 포우나 보들레르, 말라르메, 발레리 등으로 이어져 오면서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다. 서정시는 개인적인 체험에 의해서 씌어진다. 개인적인 체험이란 말을 바꿔 말하면 주관적임을 뜻한다. 시인의 눈을 통하여 관찰되는 사물, 시인의 영감에 의하여 감지되는 순간적인 감정이나 생각들이 하나의 모티브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 서정시이다. 워즈워드는 그의 『서정시집(抒情詩集)』의 서문에서 '모든 좋은 시는 강한 감정의 자연발생적 표현이다'라고 했다. 감정의 중요성이 시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말해 주는 말이다.
2) 서사시(敍事詩)
신들이나 영웅들의 일화를 운문체로 장중하고 웅대하게 서술한 장시(長詩)를 서사시라고 한다. 서정시가 주관적인 데 반해 서사시는 객관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서사시를 일컬어 희곡적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희곡보다 그 영역이 넓고, 많은 사건을 구성할 수 있으며, 시간상으로는 과거에 속하는 일이나 사건을 다루는 것이 서사시이다. 서사시는 원시적 서사시(primitive epic)와 문학적 서사시(literary epic)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원시적 서사시는 민족 서사시, 영웅적 서사시란 말로, 문학적 서사시는 창작적 서사시, 예술적 서사시라 일컫기도 한다. 원시적 서사시는 대개 영웅들의 일화나 전설이 구전되어 오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서사시 형태로 굳어 버린 것이 많다. 거의가 민족 집단적인 배경 아래서 만들어졌으므로 작자 미상이 많다. 그 대표적인 것이 호머Homer의 『일리아드』와 『오딧세이』라 하겠다. 이들 서사시는 오래도록 전승되어 오던 신화 속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를 모은 것이지, 호머의 작품이라고 보기에는 창작적 독창성이 없다는 게 평론가들의 이야기이다. 중세의 서사시 『니벨룽겐의 노래Das Nibelungen Lied』 『롤랑의 노래LaChanson de Rolund』도 같은 성격의 것이다. 반면 문학적 서사시는 작가가 분명하고, 같은 영웅들의 생애를 읊었다 할지라도 예술 의식이 뚜렷하고 창작성이 깃든 것이라고 하겠다. 밀턴의 『실락원Paradise lost』, 단테의 『신곡Pivina Commedia』,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스Aeneis』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서사시의 형성은 12, 13세기에 되었다. 오세문(吳世文)의 『역대가(歷代歌)』, 이규보(李奎報)의 『동명왕(東明王)』, 이승휴(李承休)의 『제왕운기(帝王韻記)』가 모두 이 시대에 창작된 것이다.
3) 극시(劇詩)
극시는 서정시·서사시와 더불어 시의 3대 장르의 하나이다. 극시란 사전적 의미로 보면 극의 형식을 따오거나 극적인 수법을 사용하여 만든 시이다. 그러므로 극시는 희곡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극시는 무대에서 상연해서 극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하고 글로서 읽기에 적합한 것이 있다. 전자는 시극poetic drama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이에 비해 글로서 읽기에 적당한 극시를 일명 Closet dram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대개 너무나 정교한 시적 요소가 강해서 무대에서 상연하기에 곤란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시극이나 극시를 같은 뜻으로 쓰고 있다. 또 우리들에게 극시보다 시극이란 말이 더 자주 쓰이고 친근하다.
극시의 연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극시를 비극·희극·희비극으로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고대에 운문으로 쓴 극들이 다 극시라고 할 수 있다. 셰익스피어를 시인이라고 부른 것도 그가 운문으로 희곡을 썼기 때문이다. 문학이 운문과 산문으로 갈라지고, 근대에 와서는 산문 위주의 문학이 됨에 따라 극시도 희곡이란 이름으로 바꿔지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시극 운동은 「시극동인회(詩劇同人會)」로부터 시작된다. 1963년에 만들어진 동인 단체로서 박용구(朴容九)·고원(高遠)·장호(章湖)·최재복(崔載福)·김정옥(金正鈺)·홍윤숙(洪允淑) 등이 그 중심이 되었다. 이 단체는 시극의 연구 및 창작 공연을 목적으로 삼고 제1회 공연은 장호의 『바다가 없는 항구』를, 그 밖에 무용시나 무대시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기도 했다.
1. 시적 언어와 일상적 언어
① 시적 언어 : 주관적·함축적·개인적·간접적
② 일상적 언어 : 객관적·개념적·비개인적·직접적
2. 시적 언어의 특징
시적 언어는 일상적 언어를 바탕으로 성립되지만 또 일상적 언어와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일상적 언어가 어휘의 지시적 의미를 중시하는데 반해 시의 언어는 함축적 의미를 중시한다. 또 시어는 반복되는 소리의 질서에 의한 리듬감을 지니며, 상징적 표현에 의해 하나의 표현이 다양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다의성을 지니는 것도 시어만의 특징이다. 그 외 시어만의 특수한 언어 용법으로 시적 진실을 위해 일상적 진실을 파괴하는 사이비 진술의 기법과 시인의 특이한 정감이나 미적 효과를 위하여 일반적 어법에 어긋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 시적 허용 등이 있다.
1) 시어의 함축적 의미
함축적 의미는 대상을 정확하게 지시하기 위한 것(지시적 의미)이 아니라, 어떤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언어이며,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의미를 더 부여한 것이다. 따라서 시어의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어가 그 시에서 더 획득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또 시어의 함축적 의미는 시의 문맥 속에서만 생명력을 가지므로, 시어의 전후 문맥과 시적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정확한 함축적 의미를 파악하는 방법이다.
더 알기 - 지시적 언어와 함축적 언어
★ 지시적 언어
① 지시적 기능을 가진 언어의 의미
② 실재하는 사물과 그것을 표현하는 언어가 1:1 대응 관계를 이루는 언어, 즉 사전적 의미
③ 과학적 언어가 이에 해당됨
★ 함축적 언어
① 암시적이고 주관적이며 간접적 의미
② 대상을 지시함과 함께 정서적 효과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사용된 언어
③ 지시적 의미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의미를 더 획득하는 것으로 시어가 추구하는 의미
(예,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에서 '번지'의 의미-"구획된 땅의 번호"라는 의미에서 "문명, 자연적 삶의 터전"이라는 의미로)
1. 운율의 개념
2.운율의 효과
3.운율의 갈래
4. 운율의 창조방법
시에 있어서의 소리의 효과에 관한 일체의 현상을 총칭하여 운율이라 한다. 운율은 리듬보다는 좀 넓은 개념이다. 운율은 '운(韻)'과 '율(律)'의 합성어로서, '운'은 특정한 위치에 동일한 음운이 반복되는 현상을 가리키고, '율'은 동일한 소리 덩어리가 일정하게 반복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즉 '운'은 같은 소리, 또는 비슷한 소리의 반복을, '율'은 소리의 고저, 장단, 강약 등의 주기성을 기리키는 개념이다. 우리 시가의 음악성은 대부분 운보다는 율의 요소에 의해 이루어진다. 운율은 소리의 반복 현상과 관계가 깊다.
소리의 반복은 인간의 감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한 방법이 된다. 시위 군중이 구호를 외칠 때, 또는 목사가 기도를 하거나 승려가 염불을 할 때 소리의 반복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소리의 반복이 듣는 사람에게 상당한 심리적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시의 운율 역시 소리의 규칙적 반복을 바탕으로 성립되는 것으로 그 규칙성은 인간에게 안정감과 미적 쾌감을 가져다 줄 수 있다. 어머니가 불러 주는 자장가의 규칙적 반복성 속에서 어린아이가 잠드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와 같이 시의 운율은 독자에게 미적 쾌감을 가져다 줄 수 있으며, 시적 인상을 더욱 깊게 할뿐만 아니라 독특한 어조의 형성에 기여하기도 한다.
1) 외형률(外形律)
운율이 시의 표면에 드러나 가시적, 물리적으로 따질 수 있는 것으로 객관적 운율이라고도 한다. 즉 음성률, 음수율, 음보율, 음위율 등을 말하는 것이다.
① 음위율(音位律)
특정한 위치에 동일한 음운이나 음절이 반복되는 현상을 말한다.
㉠ 두운(頭韻) : 둘 이상의 시행이 같은 첫소리를 가지는 경우.
㉡ 요운(腰韻) : 둘 이상의 시행이 행 중간의 일정한 자리에 같은 소리를 가지는 경우.
㉢ 각운(脚韻) : 둘 이상의 시행이 같은 끝소리를 가지는 경우.
하나 더 알기 - 자음운과 모음운
★ 자음운(子音韻) : 시에서 어떤 부분에 같거나 비슷한 종류의 자음들이 많이 쓰이는 현상을 말한다.
예) '앞 강물 뒷 강물/ 흐르는 물은/ 흘러도 연달아 흐릅디다려.' (김소월, '가는길'. 'ㄹ'음의 많은 사용)
★모음운(母音韻) : 같거나 비슷한 종류의 모음들을 어떤 부분에 많이 씀으로써 형성되는 운을 말한다.
예) 나 두 야 간다. / 나의 이 젊은 나이를 / 눈물로야 보낼 거냐. / 나 두 야 가련다. (박용철, '떠나가는 배'. '나'와 '야'의 반복)
② 음수율(音數律)
음절의 수가 규칙적으로 반복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운율을 음수율이라 한다.
우리 시에서는 '3·4조, 4·4조, 3·3·2조, 3·3·4조, 7·5조' 등의 음수율이 나타난다. 그러나 기본 음수율이 그대로 지켜지는 경우보다 그것을 근간으로 한 변조의 형태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불안정한 음절 본위의 음수율보다 호흡 단위의 음보율을 우리 시 운율의 근간으로 인식하자는 주장이 널리 확산되었다.
③ 음보율(音步律)
일정한 음보(foot)가 규칙적으로 반복됨으로써 이루어지는 운율을 음보율이라 한다.
음보란 음절 및 각 음절이 지니는 속성이 실현되면서 이루어지는 운율의 한 덩어리를 말하는데, 이 음보가 모여 율격의 기본 단위라고 할 수 있는 행(行)을 이루며, 이 행에 의한 음보의 규칙적 배열 형식을 음보격(音步格)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시가는 크게 3음보율과 4음보율로 나뉘며 어린 아이들의 동요와 같은 형태에서는 2음보율이 나타나기도 한다. 3음보율은 고려 속요와 경기체가에서, 4음보율은 시조와 가사에서 대표적으로 나타나며, 판소리 창에서도 4음보 율격을 확인할 수 있다. 고전 시가의 3음보율은 현대시에서 김소월, 김억, 김동환 등에 의해 민요조의 율격으로 계승되었다.
2) 내재율(內在律)
시의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시의 내면에 존재하는 주관적, 정서적 운율을 말한다. 즉 시인이 형상화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에 의해 이루어지는 주관적 운율로서 개개의 시 속에 흐르는 시인의 특유한 맥박과 호흡이라 할 수 있다.
운율은 결국 동일한 자질(속성)의 소리가 으로 배치될 때 형성된다. 우리 시문학에서 운율을 창조하는 방법에는 ① 음보의 반복, ② 음절 수의 반복, ③ 음운·음절·낱말의 반복, ④ 통사 구조의 반복, ⑤ 시행·연의 반복, ⑥ 음성 상징어의 반복 등이 있다.
1) 음보의 반복에 의한 운율 형성
음보란 호흡 단위로 구분되는 운율의 덩어리를 말하는데, 이 음보의 단위가 모여 행(行)을 이루게 된다. 우리 시가는 주로 3음보와 4음보를 중심으로 한 음보 단위의 반복적 구조를 지니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예를 통해 알기
① 고려가요 <가시리>의 경우
가시리 / 가시리 / 잇고 // 바리고 / 가시리 / 잇고 ⇒ ( 3 )음보
② 가사 <상춘곡>의 경우
紅塵에 / 뭇친 분네 / 이내 生涯 / 엇더한고 // �사람 / 風流를 / 미찰가 /못 미찰가 ⇒ ( 4 )음보 율격
③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경우
나 보기가 / 역겨워 / 가실 때에는 // 죽어도 / 아니 눈물 / 흘리오리다 ⇒ ( 3 )음보 율격
2) 음절 수의 반복에 의한 운율 형성
고전 시가에서 3·4조 또는 4·4조(시조와 가사)의 음수율을 확인할 수 있다. 고려 속요에서는 3·3·2조의 음수율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현대시에서는 7·5조의 음수율이 부분적으로 유형화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현재는 우리 시가는 음수율보다는 음보율의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통해 알기
① 정철의 <관동별곡>의 경우
江湖애 / 病이 깁퍼 // 竹林에 / 누엇더니 ⇒ (3·4)조
② 고려속요 <청산별곡>의 경우
살어리 / 살어리 / 랏다 // 청산에 / 살어리 / 랏다 ⇒ (3·3·2)조
③ 김동환의 <산 너머 남촌에는>의 경우
산 너머 / 남촌에는 / 누가 살길래 //해마다 / 봄바람이 / 남으로 오네 ⇒ (7·5)조
3) 동일 음운, 동일 음절, 동일 낱말의 반복에 의한 운율 형성
반복되는 위치에 따라 두운, 요운, 각운으로 구분된다. 그러나 우리 시문학에서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동일한 종결 어미를 선택하여 각운의 효과를 보여 주는 경우가 있고, 드물게 두운이 나타나기도 한다.
예를 통해 알기
① 동일 음운의 반복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 첫음절 종성에서 ('ㄹ'의 반복)
② 동일 음절의 반복
산은 / 구강산 / 보랏빛 석산 ⇒ ('산'의 반복)
③ 동일 낱말의 반복
거울속에는소리가 없소 ……//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 ('거울'이라는 낱말의 반복)
4) 동일 통사 구조의 반복에 의한 운율의 형성
동일한 문장 구조를 반복 배치함으로써 운율적 인상과 의미의 강조 효과를 동시에 노리는 방법이다.
예를 통해 알기
①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윤동주, <별 헤는 밤>에서
② 해야 / 솟아라 // 해야 / 솟아라 // 말갛게 / 씻은 얼굴 // 고운 / 해야 / 솟아라― 박두진, <해>에서
5) 동일 시행이나 연의 반복에 의한 운율의 형성
동일한 내용의 시행을 반복하거나 동일 내용의 연을 반복하므로써 주제를 강조하는 한편 운율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예를 통해 알기
① 그 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정지용, <향수>에서 ⇒ 동일한 시행이 전 5연의 매 연마다 반복된다.
② 구름에 달 가듯이 / 가는 나그네 ― 박목월, <나그네>에서 ⇒ 동일한 연이 2연과 5연에 반복된다.
6) 음성 상징어의 반복에 의한 운율의 형성
우리말에 발달되어 있는 음성 상징어의 활용을 통해서도 운율을 창조할 수 있다.
예를 통해 알기
① 층암 절벽상의 폭포수는 콸콸, 수정렴 드리운 듯 이 골 물이 수루루루룩, 저 골 물이 솰솰. ― <유산가>에서
② 금잔디 사이 할미꽃도 피었고, 삐이 삐이 배 뱃종! 뱃종! 멧새들도 우는데― 박두진, <묘지송>에서
시에 있어서의 '이미지[心象]'란 언어를 통해 표현된 구체적 형상이나 그와 관련되는 추상적인 관념들을 말한다. 즉 시적 언어를 통해 어떤 형상이 우리의 머리 속에 그려질 수 있으며, 나아가 그 형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관념이 함께 연상될 수도 있다. 이러한 구체적 형상 또는 그와 관련된 추상적 관념들이 바로 시에서 '이미지'라고 불리는 것이다.
☞ 연상되는 감각적 인상 → 감각적 이미지
연상되는 추상적 관념 → 상징적 이미지
예를 통해 알기
① '그리고 나의 작은 冥想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 '새 새끼'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을 통해, 관념적 존재인 '명상'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말하자면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인 '명상'을 '새 새끼'라는 구체적 형상으로 비유한 것이다. 이런 구체적 형상이 바로 이미지이다. 따라서, 여기서는 '관념'을 '시각적으로' 이미지화하였다.
② 김상옥의 시조 '사향'에서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이란 구절 ⇒ 이 구절은 시적 자아의 정서를 직접 표현하지 않고 자신의 체험 속에 존재하는 구체적인 사물의 형상을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것은 순수한 지적 작용도 아니고, 관념이나 정서 그 자체를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형상이며, 그 형상에 의한 정서의 표출이다. 이와 같은 것을 이미지라고 한다.
2. 이미지의 기능
이미지는 독자에게 감각적 인상을 불러일으켜 추상적인 관념을 구체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사물을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며, 사물의 인상과 영상을 더욱 뚜렷이 하는 기능을 한다. N. Frye는 심상이 제재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독자의 내면 세계를 자극하며, 독자의 반응을 유도하여 시를 정서와 연결시켜 주는 구실을 한다고 보았다. 또 C. Day Lewis는 심상이 일상적인 언어를 통해서는 맛볼 수 없는 신선미를 빚어 내게 하고, 시어에 탄력감과 긴축미를 부여하여 강렬성을 가져오며, 정서를 환기시키는 구실을 한다고 설명했다.
① 표현의 구체성을 높인다.
② 표현의 독창성을 살린다.
③ 정서 환기의 장치가 된다.
④ 주제를 추적하는 지표가 된다.
⑤ 경험을 구체적으로 재생한다.
⑥ 감각적 인상을 재현한다.
⑦ 추상적 관념을 구체화한다.
하나 더 알기 - 지배적 심상과 주제의 암시 기능
이미지의 기본적인 기능은 감각적 체험을 되살리는 데 있다. 이런 기본적 기능 이외에 이미지는 보이지 않는 관념들을 구체적 형상을 통해 암시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이러한 이미지를 지배적 심상(이미지)이라고 한다. 지배적 심상이란 작품과 직결되는 구체적 형상 또는 그 형상에 내포된 관념을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지배적 이미지는 작품 전체를 통하여 반복 등장하여 시상의 흐름을 지배하며,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 준다. 그리고 시의 주제를 암시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된다.
심상은 묘사적 심상과 비유적 심상으로 나뉘기도 하고, 감각적 심상, 상징적 심상으로 나뉘기도 한다. 이미지는 마음 속에 재생, 제시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감각에 따라 구분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따라서 우리에게 친근한 것은 감각적 심상이다. 감각적 심상에는 시각적, 청각적, 미각적, 후각적, 근육 감각적, 역동적, 색채적 심상과 이들 심상들이 섞여서 시적 효과를 보여 주는 공감각적 심상이 있다.
1) 감각적 이미지
이미지의 기본적 기능은 감각적 체험을 되살리는 것이다. 이미지란 말이 던져 주는 세속적인 의미 때문에 우리는 흔히 시각과 관련된 표현 또는 인상만을 이미지로 받아들이기 쉽다. 그러나 이미지는 모든 종류의 감각과 관련된다. 주로 시각, 청각이 중심이 되지만 후각, 미각, 촉각 등이 있고, 심지어는 무게 감각, 운동 감각(대상의 움직임의 지각), 기관 감각(고동, 맥박, 호흡, 소화 따위의 지각), 근육 감각(근육의 긴장의 자각) 등도 이미지로 제시될 수 있다. 이런 것들을 통틀어 감각적 이미지라고 부른다.
예를 통해 알기
① 시각적 심상 : 시각적인 감각 형상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심상으로 독자들의 심리적 체험 속에 회화적 인상을 부각시키고 시 전체의 특징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 모양, 색채, 명암, 움직임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 김광균, <외인촌>에서
·비는 하이얀 진주 목걸이를 사랑한다. ― 장만영, <비>에서
·좁은 들길에 들장미 열매 붉어 ― 신석정, <그 먼 나라를∼>
② 청각적 심상 : 청각적인 감각 현상을 바탕으로 형성되는 심상으로 때로는 음성 상징어를 활용해서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 소리, 음성, 음향
·접동 / 접동 / 아우래비 접동 ― 김소월, <접동새>에서
·둥기둥 줄이 울면 초가 삼간 달이 뜨고 ― 이완영, <조국>에서
·머리맡에 찬물을 솨아 퍼붓고는 ― 김동환, <북청 물장수>에서
③ 후각적·미각적 심상 : 이 두 심상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맛과 냄새가 대체로 혼합되어 감지되기 때문이다. ⇒ 냄새, 향기
·강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 서정주, <대낮>에서
·물새알은 간간하고 짭조름한 미역 냄새 ― 김소월, <물새알 산새알>에서
·어마씨 그리운 솜씨에 향그러운 꽃지짐 ― 김상옥, <사향>에서
④ 촉각적 심상 : 피부 감각적 심상과 전신 감각적 심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촉각적 심상은 신체의 부분들과 결합되어 근육 감각적 심상을 형성하기도 한다.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 김종길, <성탄제>에서
⑤ 역동적 심상 : 역동적 심상은 격렬한 시어와 동작적인 용언을 활용함으로써 제시된다.
·푸름 속에 펄럭이는 피깃발의 외침 ―박두진, <3월 1일의 하늘>에서
⑥ 공감각적 심상 : 감각적 이미지를 가장 이상적으로 창조하는 것으로 공감각적 이미지가 있다. 이것은 한 종류의 감각을 다른 종류의 감각으로 전이시켜 표현하는 것이다. 공감각적 이미지는 감각적 인상을 개성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다. ⇒ 감각의 전이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 김광균, <외인촌>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 김광균, <외인촌>
·자욱한 풀벌레 소리 발길로 차며 ― 김광균, <추일서정>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 서정주, <문둥이>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 유치환, <깃발>
·金으로 타는 태양의 즐거운 울림 ― 박남수, <아침 이미지>
2) 상징적 이미지
이미지의 기본적인 기능은 감각적 인상을 생생하게 재현해 내는 데 있다. 그러나 이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미지는 어떤 대상의 감각적 인상을 전해 줄 뿐만 아니라, 독자에게 그 대상과 관련된 여러 가지 관념들을 연상시킨다. 이와 같이 '관념을 연상시키는 기능을 가지는 이미지'를 상징적 이미지라 한다.
예를 통해 알기
① [공무도하가]에서의 '물'의 이미지
⇒ 물에 휩쓸려 남편이 죽었으니, 물이란 곧 남편과의 사별을 가져온 사물이다. 이 때 물의 이미지는 당연히 <이별, 죽음>, 좀더 일반화하면 <삶의 부정적 이미지>이다.
② 다음 시조에서의 '못'의 이미지
압못세 든 고기들아 뉘라셔 너를 모라다가 넉커늘 든다.
북해 청소(北海淸沼)를 어듸 두고 이 못세 와 든다.
들고도 못나는 정(情)은 네오 鏡오 다르랴. ― 작자 미상
⇒ 이 시조는 어느 궁녀가 대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한 내용이다. 그런데 누가 잡아다 놓았는지는 모르지만 북해의 맑은 물에서 놀아야 할 물고기들이 앞뜰의 못에 가두어져 있다. 그러므로 이 때의 '못'은 자유로운 세계와 단절된 공간으로서 화자의 생활 공간과 동질적 관계에 있는 부정적 이미지임을 알 수 있다.
③ [동동]에서의 '불의 이미지
二月� 보로매, 아으 노피 현 燈등불 다호라.
萬人 비취실 즈지샷다. / 아으 動動다리 ―<동동>에서―
⇒ 위에서의 '높이 켠 등불'은 높은 곳에 켜 놓은 등불 정도의 의미를 가진다. 이것이 다음 구절에서 '만인을 비추실 모습'으로 부연 설명되고 있다. '등불'은 일반적으로 '광명, 인도자, 지도자' 등의 뜻을 연상시키지만, 이 시에서는 '높이 매달려 있는 것', 그리고 '많은 사람을 비추는 모습 → 뭇사람을 깨우쳐 주는 모습'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따라서, 등불의 상징적 이미지는 <높고 훌륭한(고매한) 인격(인품, 정신)>이라 할 수 있다.
이미지를 형성하는 방법에는 묘사에 의한 방법, 비유적 표현에 의한 방법, 상징에 의한 방법이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 형성 방법은 비유적 표현에 의한 것이다.
예를 통해 알기
① 묘사에 의한 이미지 형성
묘사 또는 감각적인 수식어의 구사를 통하여 사물의 영상을 직접 드러나게 하는 심상을 말한다.
어두운 방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 김종길, <성탄제>에서―
⇒ 이 시에서는 대상을 서술하거나 묘사하는 것만으로도 심상이 훌륭하게 제시되었다.
② 비유에 의한 이미지 형성
직유, 은유, 대유, 의인 등의 수사적 표현 방법에 의해 형성되는 심상을 말한다.
낙엽은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포화에 이지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하게 한다.
길은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 김광균, <추일서정>
⇒ 이 시에서는 '비유'에 의한 심상의 제시 방법을 사용하였다.
원관념 보조 관념
낙엽 폴란드 망명 정부의 지폐
길 한 줄기 구겨진 넥타이
日光 폭포
담배연기 기차의 증기
문제를 통해 알기
* 다음 시구에서 관념이 이미지로 제시된 시행을 찾아 쓰라. (서울대)
(가) 저 재를 넘어가는 저녁 해의 엷은 광선들이 섭섭해 합니다. (나) 이윽고 하늘이 능금처럼 붉어질 때 (다) 그리고 나의 작은 명상의 새 새끼들이 지금도 저 푸른 하늘에서 날고 있지 않습니까? (라) 그 새 새끼들은 돌아온다 합니다. (마) 어머니, 아직 촛불을 켜지 말으셔요. - 신석정,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
☞ 관념을 구체적 형상으로 치환시켜 보여주고 있는 시행을 찾으면 된다.
(답 : (다)행)
1. 어조의 개념
어조는 시적 대상이나 독자에 대한 시적 자아의 태도, 또는 목소리를 말한다. 어조는 시적 분위기나 정서와 관련을 맺으면서, 선택되는 시어와 서술어의 어미에서 드러나게 되는데 대개 한 작품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그러나 한 작품 안에서도 어조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주로 시적 자아의 정서에 변화가 생길 때이다. 이를테면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뀐다든지, 체념적 정서에서 의지적 정서로 나아간다든지 할 때, 그런 정서의 변화가 어조에 반영되는 것이다.
어조는 화자의 사람됨, 신분, 정신 상태 등이 나타날 뿐 아니라, 화자의 청자에 대한 태도와 대상에 대한 태도 등이 드러나는데, 이에 따라 어조는 여러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다. 어조는 대개 종결 어미의 형태에 의해 결정된다.
1) 시적 자아의 태도에 따른 유형
·관조적 : 대상을 잔잔히 바라보는 태도
·교훈적 : 깨우침을 주는 태도
·낙천적 :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낭만적 : 멋있는 말소리와 태도로 이상적 세계를 나타내는 태도
·냉소적 : 업신여겨 비웃는 태도
·독백적 : 혼자 말하는 태도
·비판적 : 좋고 나쁨, 옳고 그름을 따지는 태도
·사색적 : 깊이 생각하여 판단하는 태도
·염세적 :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
·예찬적 : 찬양하는 태도
·종교적(소망적) : 기원하여 무엇을 소망하는 태도
·철학적 : 인생의 깊이를 따지는 태도
·풍자적 : 꼬집어 상대방의 약점을 찌르는 태도
·해학적 : 대상을 익살스럽게 바라보는 태도
·회화적 : 그림을 그리는 듯 대상을 객관적으로 제시하는 태도
2) 시적 자아의 감정에 따른 유형
·격정적 : 솟구치는 열정의 목소리
·냉정함 : 차가운 목소리
·힘참 : 호소하는 목소리
·침착함 : 조용한 목소리
·기쁨 : 환희의 목소리
·슬픔 : 애상적 목소리
·영탄적 : 감동을 소리로 나타낼 때
·명랑함, 우울함 등
3) 기타 특정 분석 기준에 따른 유형
·청자의 유무에 따라 : 독백조, 회화조
·청자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따라 : 권유, 명령, 기원, 예찬, 의문, 간청
·화자의 인간 유형에 따라 : 아이, 어른, 남성, 여성, 스승, 제자
·화자의 감정 상태에 따라 : 명랑, 우울, 낙천적, 염세적, 격정적, 관조적
·대상에 대한 화자의 태도에 따라 : 냉소적, 친화적, 비판적, 우호적
시를 구성하는 요소에 운율, 심상, 어조, 주제 등이 있다면 시를 표현하는 예술적 기교에는 비유, 상징, 반어, 역설 등이 있다.
비유는 표현하고자 하는 사물(원관념)을 직접 설명하지 않고 그것과 유사한 다른 사물(보조 관념)에 빗대어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시에서 비유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대상의 인상을 구체적으로 정확히 전달할 수 있으며 일반적인 서술로는 나타내기 어려운 깊은 의미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직유와 은유, 의인, 대유, 활유 등이 사용된다.
예를 통해 알기
① 직유(直喩)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문둥이>에서
·돌담에 소색이는 햇발같이 / 풀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김영랑,<돌담에∼>에서
② 은유(隱喩)
·구름은 / 보랏빛 색지 위에 /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 ―김광균, <뎃상 2>에서
·침실이 부활의 동굴임을 네야 알련만 ―이상화, <나의 침실로>에서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 <님의 침묵>에서
③ 의인(擬人)
·산은 사람들과 친하고 싶어서 / 기슭을 끌고 마을에 들어오다가도 / 사람 사는 꼴이 어수선하면 / 달팽이처럼 대가리를 들고 슬슬 기어서 / 도루 험산 봉우리로 올라간다. ―김광섭, <산>에서
④ 활유(活喩)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박남수, <아침 이미지>에서
상징은 어떤 시어가 그 자체의 의미를 그대로 지니면서도 다른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닐 수 있도록 표현하는 방법이다. 상징은 서로 다른 대상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즉 어떤 사물이나 관념이 그 자체의 의미를 유지하면서 다른 사물이나 관념을 대표하는 것이다. 따라서, 상징은 암시성과 다의성을 본령으로 한다.
<상징의 갈래>
① 관습적 상징 : 특정 집단의 공통적 삶의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상징. → 제도적 상징
예) 십자가 ― 기독교, 비둘기 ― 평화, 칼 ― 무력
② 개인적 상징 : 문학 작품 속에서 작가가 어떤 사물에 추상적 의미를 부여해 놓은 상징. →창조적 상징
예)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국화 ― 원숙한 삶의 아름다움
③ 원형적 상징 : 인류의 삶의 경험이 축적된 결과 어떤 자연물이 공통적 의미로 파악되었을 때 그것을 일컫는 상징.
예) 물 ― 죽음과 재생, 불 ― 원시적 욕망과 파괴
하나 더 알기 - 비유와 상징의 차이
비유와 상징은 근본적인 차이를 가지고 있다. 비유는 그 구조가 아무리 복잡한 것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원관념에 해당하는 뜻의 파악이 가능하나, 상징은 원칙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이것은 비유가 원관념과 보조관념간에 1:1의 대응 관계를 지니지만 상징은 보조 관념이 여러 가지 원관념으로 쓰일 수 있는 다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솜이불을 덮고 선 겨울 나무'라는 표현에서 솜이불의 원관념은 '눈[雪]'이 분명하므로 이것은 비유적 표현이다. 하지만 한용운의 님의 침묵에서의 '님'은 연인이나 조국에 한정되지 않고 여러 의미로 해석 가능하다.
상징 |
은유 |
① 암시적, 다의적이다 ② 한 편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③ 상징 의미가 상징 뒤에 숨어 있다. |
① 비교, 유추적이다. ② 한 편의 작품에서 1회적으로 나타난다. ③ 원관념과 보조 관념의 관계가 명확하다. |
3. 반어와 역설
1) 반어
표현하려는 마음과 상반된 내용을 진술함으로써 멋과 긴장을 유발하는 방법. 언어적 아이러니·상황적 아이러니 등이 있음.
예) 김소월의 「진달래 꽃」 :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오리다.'
2) 역설
겉으로는 모순된 표현이지만 그 속에 인생의 깊은 진실을 담고 있는 표현.
예)한용운의 「님의 침묵」 :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한 편의 시 속에 형상화된 중심 생각이나 사상(思想), 정서(情緖) 등을 시의 주제라고 한다. 시의 주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요소는 정서(情緖)이다. 정서는 인간이 어떤 상황 속에서 보여주는 내적 반응, 즉 심적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시의 주제는 시인의 정서적 여과 과정을 거친 '정서적 표현' 속에 담겨져 전달되므로 우리는 시의 문맥 속에서 시적 자아가 어떤 정서적 상태(심적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유심히 살핌으로써 시의 주제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 현대시에서는 개인을 넘어선 사회 현실의 문제가 시 속에 들어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반드시 정서적 차원의 여과 과정을 거쳐 표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의 주제를 드러내는 방법은 산문에서와 같이 언어의 관습적 의미에 의한 방법과 이미지(심상)에 의해 드러내는 방법, 독특한 어조에 의해 드러내는 방법이 있다. 그러므로 독자의 입장에서 이러한 시의 주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인이 제재를 어떤 생각(어떤 정서적 상태)으로 그려 내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하며, 언어의 지시적 의미만이 아니라 암시적(함축적) 의미를 함께 고려해야 하고, 작품마다의 독특한 어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주제 찾기 |
시적 자아는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거기서 무얼 보고(하고) 있으며,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시적 자아는 어떤 처지(입장)에 놓여 있는가? 그 처지에서 어떻게 살아 가고자 하는가? 대상을 보고 있다면 어떠하다고 생각하는가? |
☞ 다시 말하면 이런 것이다.
(1)시적 상황을 파악한다.
(2)시적 자아의 태도와 정서를 파악한다.
(3)시적 자아의 의식을 추리한다.
예를 통해 알기
* 다음 시의 주제를 한 문장으로 써 보자.
눈물 아롱아롱
피리 불고 가신 임의 밟으신 길은
진달래 꽃비 오는 서역 삼만 리
흰 옷깃 여며여며 가옵신 임의
다시 오지 못하는 파촉 삼만 리
신이나 삼아 줄 걸 슬픈 사연의
올올이 아로새긴 육날 메투리
은장도 푸른 날로 이냥 베어서
부질없는 이 머리털 엮어 드릴 걸.
초롱에 불빛, 지친 밤 하늘
굽이굽이 은핫물 목이 젖은 새,
차마 아니 솟는가락 눈이 감겨서
제 피에 취한 새가 귀촉도(歸蜀途) 운다.
그대 하늘 끝 호올로 가신 임아.
- 서정주, 귀촉도
<주제 찾기>
1. 시적 자아는 누구인가?
(답) 여인이다.('은장도 푸른 날로 ......'에서 짐작할 수 있다.)
2. 시적 자아는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가?
(답) 귀촉도 울음 소리를 듣고 떠나간 임을 생각하며 슬픔에 빠져 있다.
3. 그 처지에서 어떻게 살아 가고자 하는가?
(답) '있을 때 잘 할 걸'하며 후회하면서 변함없는 사랑과 끝없는 그리움을 표출하고 있다.
☞ 더듬은 바를 바탕으로 주제를 적어 보면
떠나간 임이 그리워 슬퍼하며, '있을 때 잘 할 걸'하고 못다한 사랑을 후회함.
3. 시의 주제의 재료
(1) 감정과 정서
개인의 감정이란 흔히 7정(喜怒哀樂愛惡慾)을 가리킨다. 그러나 시에서 표현되는 감정은 이보다 훨씬 다양하고 섬세하다. 가령 슬픔이라 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서글픔, 섭섭함, 안타까움, 눈물겨움 등 정도나 빛깔이 다른 숱한 감정 상태가 제시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인간이 어떤 상황에 부딪혀 일어나는 내적 반응'을 '정서(情緖)'라고 한다. 시에서 주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는 이런 정서들에 의해 그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
(2) 사상과 이념
시는 개인의 감정, 즉 구체적이고 주관적인 정서만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사상, 또는 이념과 같은 요소들이 시의 내용에 담겨 주제를 형성할 수도 있다.
정서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개인적이다. 갑이 느끼는 슬픔과 을이 느끼는 슬픔은 결코 같을 수 없다. 정서는 또한 비의도적인 것이다. 누구라도 '내 저 놈을 기필코 미워해야겠다.'고 다짐한 후에 누구를 미워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그가 미운 짓을 하면 저도 모르게 그가 미워지는 것이다.
반면 사상은 혼자만이 간직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의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것이다. 즉, 개인적인 생각이 아니라 집단적인 생각이다. 사상은 또한 목적성이 강하다. 사람들은 항상 그런 생각들을 의식하고 있고, 의도적으로 간직하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고대 시가에서는 작품의 사상성이 매우 중요시되었다. 그러나 현대시로 넘어오면서 사상은 작품의 부차적인 요소로 취급되고, 정서가 주된 요소로 자리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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