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의 흐름 / 강기룡 |
개화기 ∼ 1910년대의 시문학
3.1운동 무렵 ∼ 1920년대의 시문학
1930년대의 시문학
1930년대 말∼1940년대 암흑기의 시문학
해방 공간의 시문학
1950년대 전후(戰後) 시문학
1960년대의 시문학
1. 시대개관 |
개화기 문학은 제국주의의 침략 앞에 자주 독립과 근대화를 동시에 이루어야 할 시대적 사명을 지니고 출발하였다. 다시 말해서, 이 시기의 문학은 내적으로는 봉건적 질서를 타파하고 새로운 근대적 질서로 나아가야 하며, 외적으로는 밀려드는 서양 세력 앞에서 자주 독립을 달성해야 하는 절대 절명의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훌륭한 도구로 인식되었다. 그러므로 개화기 문학은 무엇보다도 국민을 깨우치고 이끌어 주는 계몽주의적인 속성을 지니게 되었던 것이다.
2. 특 징 |
(1) 개화 가사의 등장
새로운 시대의 출발과 함께 신문이나 잡지가 간행되면서 새로운 시대 이념을 전파하기 위한 문학이 발생했다. 시가에서는 가장 먼저 나온 것이 개화 가사였다. 개화 가사는 전통적인 가사체인 4·4조의 율격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 내용은 자주 독립과 애국, 신문명 찬양, 국위 선양과 부국 강병 주장, 일본의 침략성 폭로 등 새로운 시대 이념이 주를 이루었다.
주요 작가와 작품
개화 가사는 일정한 작가가 없었다. <독립신문>에 실린 개화 가사의 작가를 보면 학생, 기독교인, 농부, 주사, 순검 등 너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가사의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게다가 <대한매일신보>에는 아예 작가의 이름도 없이 많은 양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애국가', '독립가', '동심가', 자주 독립가', '애국하는 노래' 등의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한편 1905년의 을사 강제 조약을 고비로 하여 불길처럼 일어난 의병 운동의 과정에서는 의병들의 신념과 투쟁 경험을 담은 의병 가사가 생겨나기도 했다.
잠깐 - 의병 가사의 예
오라 오라 돌아오라 창의소(倡義所)로 돌아오라
만일 만일 오지 않고 왜적에 종사하여
불행히도 죽게 되면 황천에 돌아가서
무슨 면목 가지고서 선황(先皇) 선조 뵈올소냐
(2) 창가의 등장
창가는 당시의 학교나 교회, 그리고 집회나 가정에서 노래 가사로 보급된 시가였다. 이것은 주로 학교의 교가나 교회의 찬송가 등 서양 음악의 곡조에 가사를 지어 붙인 것인데, 노래로 불려지기 위한 것이어서 전통적인 4·4조 가사체로부터 상당히 벗어나 6·5조, 8·5조, 7·5조 등 다양한 율조를 취하였다. 그래서 이러한 창가는 율격적인 면에서 개화 가사와 신체시 사이를 잇는 교량적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 작가와 작품
최초의 창가는 1896년의 '황제 탄신 경축가'로, 새문안 교회 교인들이 고종 탄신일에 맞춰 불렀던 노래였다. 창가의 대표적인 작가로는 육당 최남선을 들 수 있다. 그의 작품으로는 '경부 철도가', '세계일주가', '조선 유람가' 등이 있는데, 이것들은 주로 신문명에 대한 찬양과 개화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배재 학당, 이화 학당 등의 교가도 창가로 지어졌다.
(3) 신체시의 등장
신체시는 개화 가사와 창가가 가지고 있던 정형의 율격에서 벗어나 자유시의 형태에 근접해 있는 장르이다. 즉, 신체시는 창가의 운문성과 근대시의 산문성을 동시에 갖춘 장르로서 정형시에서 근대 자유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소년>지에 발표된 최초의 신체시이자 신체시의 대표작인 최남선의 '해(海)에게서 소년에게'는 각 연만 따로 놓고 볼 경우에는 자유시 같지만 매 연이 동일한 율격을 유지함으로써 정형성을 지니게 해 놓았다. 여기에 후렴구까지 있어서 정형시의 속성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요 작가와 작품
이 시기의 신체시는 주로 최남선, 이광수 두 사람이 주도가 되어 이루어졌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태백산가', '대한 소년행' 등과 이광수의 '우리 영웅', '새 아이' 등 많은 작품들이 신체시의 형태로 발표되었다.
(4) 자유시형(自由詩形)의 확립
최남선(崔南善)의 신체시 '해(海)에게서 소년(少年)에게'의 계몽성, 개념성, 비예술성을 극복한 본격적인 자유시가 창작되었다. 주요한(朱耀翰)의 불노리가 대표작으로 꼽히고 있으며, 김억, 김여제, 주요한 등이 그 선구자이다.
주요 작가와 작품
시 인 |
작 품 |
실린 곳 |
연대 |
김여제 |
만만파파식적(萬萬波波息笛) |
학지광(學之光) 10호 |
1917 |
주요한 |
시내, 봄, 눈, 샘물이 혼자서 |
학우(學友) 창간호 |
1919 |
김 억 |
겨울의 황혼 |
태서문예신보 13호 |
1919 |
주요한 |
불노리 |
창조(創造) 창간호 |
1919 |
1. 시대개관 |
3.1운동의 좌절은 민족 전체에게 절망과 방향 상실의 비애를 안겨 주었다. 정치적 좌절감과 함께 경제적으로는 일제의 식민지 착취와 세계 공황으로 인한 경제적 궁핍화 현상의 심화로 민족 생존이 위협을 받았던 시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3·1 운동 이후 일제가 문화 통치로 전환함으로써 <조선 일보>와 <동아 일보>가 창간되고, <창조>, <폐허> 등의 각종 동인지들도 간행됨으로써 문단이 형성되고 문학의 저변이 확대된 시기가 1920년대이기도 하다. 또한 이 시기에는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의 수입과 함께 카프가 형성되었으며, 본격적인 서구 문예 사조의 도입이 이루어지기도 했다. 우리 문학은 이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현대 문학으로 출발하면서 예술의 한 갈래로서의 문학이라는 관점을 정립시켰다.
2. 특 징 |
(1) 감상적 낭만주의의 유행
3·1 운동의 실패는 지식인들 사이에 엄청난 좌절감을 가져왔고, 때마침 수입된 프랑스 상징주의 시의 영향으로 우리 시단은 퇴폐적 낭만주의 시들을 양산하게 된다. 1920년대 초의 이러한 경향은 박영희, 홍사용, 이상화 등의 시인들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들의 시는 감정의 과도한 노출과 현실 도피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영탄적 어법을 많이 사용하여 감정의 노출이 심했으며, 꿈이나 밀실, 동굴, 죽음, 님, 영원, 눈물 등과 같은 시어를 주로 사용하여 현실도피적 성향을 노골화하였다. 밀실이나 동굴, 병실 등의 이미지는 현실적 공간이기보다 현실도피적 공간으로 당시의 지식인들이 암울한 자신들의 정서를 토로하는 무대의 역할을 수행했다. 주로 <폐허>나 <백조>의 동인으로 활동했던 이들은 그러나 1920년대 중반에 신경향파 문학이 소개되면서 현실주의 시에 눈을 뜨게 된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박영희 |
'월광으로 짠 병실', '유령의 나라', '권태' 등 |
이상화 |
'말세의 희탄', '나의 침실로', '이중의 사망' 등 |
박종화 |
'흑방비곡', '사의 예찬', '월광송' 등 |
홍사용 |
'백조는 흐르는데 별 하나 나하나', '나는 왕이로소이다' 등 |
(2) 신경향파와 현실주의 시의 등장
퇴폐적 낭만주의 시가 지나친 감상성에 빠진 나머지 현실과의 관계를 상실하여 시의 힘을 잃어 가고 있을 때, 당시에 새롭게 소개되기 시작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일본의 프로레타리아 예술은 우리 시단에 새로운 힘을 불러일으켰다. 이러한 신경향파의 문학 운동은 시를 새롭게 인식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개인적 감상성에서 벗어나 이 땅의 현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문학적 노력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 박영희, 김기진 등이 주도가 된 이 신경향파 운동은 얼마 후 카프가 결성(1925년)되면서 문단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잡는다.
이들의 시는 먼저 1920년대 초기 낭만주의 시가 보여 주었던 한계를 인식하고 비판하는 반성적 자세에서 시작하여, 현실의 모순과 고뇌를 표출함으로써 저항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여실히 보여 주는 가장 대표적인 시인이 이상화이다. 초기에 '나의 침실로' 등을 통해 퇴폐적 낭만주의 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던 이상화가 새로운 문학관을 받아들이면서 자신의 과거 시 세계를 반성하고 새로운 힘의 문학, 현실 극복의 문학을 보여 주었다는 것은 매우 의미 심장하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는 이러한 변모의 모습을 보여 주는 가장 좋은 예이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이상화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조소', '선구자의 노래' 등 |
김동환 |
'국경의 밤', '승천하는 청춘' 등 |
김형원 |
'벌거숭이의 노래', '숨쉬는 목내이' 등 |
임 화 |
'네거리의 순이', '우리 오빠와 화로' 등 |
(3) 국민문학파의 시조 부흥 운동
1926년 무렵부터 일부의 문학인들 사이에는 우리의 옛 시 형식 중에서 가장 풍부한 전통 양식인 시조를 현대적으로 되살리자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이 움직임은 한편으로는 일제의 지배 아래 점차 쇠퇴하여 가는 전통적 문화를 재인식하고 되살리자는 문화 운동의 일부분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카프 계열의 문학인들이 주창한 계급 문학에 대하여 민족 문학의 방향을 내세우고자 한 움직임이었다. 그 중심 인물은 최남선, 이병기, 이은상 등의 국민문학파였는데 이들은 '민족혼', '민족의식', '조선심'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시조부흥운동을 펼쳤다. 이러한 시조부흥운동은 시조 혁신론으로까지 나아가 현대 시조를 확립하는 밑바탕을 이루기도 하였고 성공적이라 할 만한 작품들을 얼마간 내기는 하였으나, 다분히 구호적 차원에 머물렀을 뿐 문단의 주도적 위치를 지니지는 못하였다.
(4) 20년대의 뚜렷한 두 시인 김소월과 한용운
시조 부흥 운동과 함께 이 시기에는 민요시 운동도 펼쳐졌는데, 이들에게 민요는 민중의 문학으로, 일제 억압 통치로 인한 암울한 국민 정서를 정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졌다. 그래서 이러한 민요 채집 운동이 시작되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양한 민요시를 창작하게 되었다. 주로 주요한, 김억, 홍사용 등에 의해 주도된 이러한 민요시 운동은 1920년대 초기 낭만주의 시가 보여 주었던 퇴폐적 성격과 서구 편향적 성격을 극복하고, 조선적인 시 형태를 확보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민요시 운동은 지나치게 형식적 측면에만 주목함으로써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성공한 시인이 김소월이다. 김소월은 민요가 지닌 형식적 특징을 그대로 따르기보다 그것을 변용시켜 새로운 시 형식을 창조하는 데 사용함으로써 발전적인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또한 재래 민요나 민담에서 제재를 취하면서도 시어를 잘 다듬고 압축하여 시의 구조적 긴장감을 낳게 하는 성공적인 민요시를 보여 주었다.
이와 함께 이 시기에 등장한 중요한 시인 중의 한 사람이 한용운이다. 한용운은 문단 활동을 한 것이 아니라 '님의 침묵'이라는 시집 한 권을 출판함으로써 등장한 시인이다. 그의 시는 불교 사상을 기반으로 하여 부재하면서도 현존하는 역설적 '님'의 사상을 통해 이별의 절망적 심사를 희망에 찬 기다림으로 바꾸어 놓는 위대성이 있었다. 이러한 임의 상실 의식은 당시 조선의 현실에 대한 나름의 인식 방식이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잠깐 - 민요시 운동 엿보기
1920년대 시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민요시 운동이다. 민요적인 가락을 현대시에 적용해 보고자 하는 운동이 그것으로 주요한, 김억, 황석우, 홍사용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들의 민요시 운동은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왜냐 하면 민요적 율격 자체에만 얽매여 근대의 자유로운 정서를 담아 내는 데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민요시의 한계는 김억의 제자였던 김소월을 통해 성공적으로 구현된다. 그는 민요적인 율격을 응용했지만 그 속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변형을 통해 근대적인 자유시형을 새롭게 창조해 낼 수 있었다. 같은 7·5조이지만 행 배열을 통한 다양한 변형을 만들어 내어 민요의 정형성을 극복하면서도 그 율조는 그대로 살리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므로 김소월에 와서야 민요시는 제대로 정착했다고 할 수 있다.
(5) 다양한 동인지(同人誌)와 문예지의 창간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신문의 창간, <개벽>, <조선문단> 등의 잡지의 출현과 때를 같이 하여 많은 문예 동인지가 나와 동인지 문단 시대를 열었다.
<1920년대의 동인지들>
① 창조(創造)
연 대 |
1919. 2. 1 ∼ 1921. 5. 30(통권 9호) |
동 인 |
김동인, 전영택, 주요한, 김동환 |
의 의 |
- 최초의 순 문예 동인지 |
경 향 |
- 시 : 상징적 / - 소설 : 사실적 |
② 폐허(廢墟)
연 대 |
1920. 7. 25 ∼ 1921. 1. 20(통권 2호) |
동 인 |
황석우, 염상섭, 김억, 남궁벽, 오상순 |
경 향 |
퇴폐적, 상징적 |
③ 장미촌(薔薇村)
연 대 |
1921 |
동 인 |
박종화, 변영로, 노자영, 박영희 |
의 의 |
- 시 동인지의 효시 |
경 향 |
낭만적 |
④ 백조(白潮)
연 대 |
1922. 1. 9 ∼ 1922. 9. 6(통권 3호) |
동 인 |
현진건, 나도향, 이상화, 홍사용, 박종화 |
의 의 |
- 순 문예 동인지 |
경 향 |
낭만적 |
⑤ 금성(金星)
연 대 |
1923 |
동 인 |
양주동, 유엽, 백기만, 이장희 |
의 의 |
시 동인지 |
경 향 |
낭만적 |
⑥ 영대(靈臺)
연 대 |
1924(평양) |
동 인 |
김소월, 주요한, 김억, 전영택, 이광수 |
의 의 |
순 문예지, <창조>의 후신 |
경 향 |
일정치 않음 |
<1920년대의 잡지들>
① 개벽(開闢)
연 대 |
1920. 6. 25 ∼ 1926. 8. 1(통권 72호, 발행 금지) |
동 인 |
박영희, 김기진 |
의 의 |
- 월간 종합지(천도교 후원) |
경 향 |
계급주의 |
② 조선문단(朝鮮文壇)
연 대 |
1924. 9 ∼ (통권 25호), 1927년 속간, 1935년 복간, 1936년 폐간 |
동 인 |
이광수, 방인근 |
의 의 |
- 순 문예지 |
경 향 |
민족주의, 반계급주의 |
③ 해외문학파(海外文學派)와 <해외문학>
연 대 |
1927 ∼ 1931 |
동 인 |
김진섭, 정인섭, 손우성, 이하윤, 이선근, 이헌구, 함대훈, 김광섭 |
의 의 |
- 최초의 번역 문학지 |
경 향 |
순수 문학, 반계급주의 |
1. 시대개관 |
만주 사변(1931), 중일 전쟁(1937) 등으로 일제가 전시 체제를 구축하면서 민족 문화를 탄압, 말살하기 위한 억압 정책을 가속화해 가던 시기로서, 세계적으로도 경제 공황(1929)과 전체주의 파시즘(fascism)이 대두하던 위기의 시대가 1930년대였다. 우리 문학에서 1930년대는 일제의 사상 탄압으로 말미암아 카프의 활동이 더 이상 불가능해진 시기로부터 시작된다. 일제는 중국 대륙을 침략하는 등 새로운 전쟁을 해 나가기 위해 한반도 안의 위험 요소를 미리 없애 두려 하였고 이에 따라 일체의 이념적 경향을 띤 움직임이 제약받으면서 시에도 그 영향이 미쳤던 것이다. 이러한 속에서 우리 시단은 사회 현상보다는 개인의 문제, 도시 문명의 모습, 자연과 생명의 문제 등을 중요하게 여기는 조류들이 확대되어 갔다. 시문학파가 형성되었고, 모더니즘이 수입되었으며, 생명파나 청록파 등이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30년대 말로 접어들자 일제는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에 대한 제국주의적 침략을 본격화하면서 전국을 전시 상황으로 몰고 감으로써 우리말로 된 각종 신문이나 잡지를 폐간시켰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부 문인들은 아예 글쓰기를 포기하거나 만주나 중국 등지를 유랑하기도 하였지만, 일부 문인들은 일제 정책에 동조하면서 친일 작품을 발표하는 등 반민족적 행위에 가담하기도 하는 왜곡된 역사 의식을 보여 주었다.
2. 특 징 |
(1) 계급주의 문학의 퇴조와 순수시의 대두
1930년대의 시단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것은 김영랑, 정지용으로 대표되는 시문학파의 대두이다. 일제의 검열과 사상 탄압이 갈수록 심해지며 계급주의(KAPF) 문학이 그 세력을 잃게 되었으며, 그간 계급주의 시가 보여왔던 선전 선동 위주의 전략적 시의 행태와 도식적이고 이념 지향적인 경향에 대한 반발을 계기로 하여 순수시가 대두된 것이다. 이들이 주창한 순수시란 시에서 일체의 이념적, 사회적 관심을 배제하고 오직 섬세한 언어의 아름다움과 그윽한 서정성을 추구하는 시라는 뜻이었다. 그 결과 지나치게 개인의 내면 세계에만 편중되면서 말을 다듬는 데에 빠졌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으나, 이들에 의해 우리의 현대시가 시의 언어와 형식에서 좀더 세련된 차원으로 나아갔다는 점은 널리 인정되고 있다.
(2) 다양한 현대시 유파(流派)의 형성과 실험 정신
1930년대 초기에는 순수시파, 중기에 모더니즘파, 후기에는 생명파가 다분히 의도적인 시 운동을 전개하여 본격적인 현대시의 기틀을 잡았고, 청록파가 30년대 말을 장식했다.
① 시문학파
시문학파는 작품을 이데올로기를 위한 수단으로 보는 프로 문학 운동에 대항하여, 이데올로기가 배제된 참다운 시, 즉 순수한 서정시를 쓰고자 하는 일군의 시인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들이 주장한 순수 문학이란 문학을 주제 의식으로부터 해방시켜 문학 자체의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했다. 또한 이들은 시어에 대한 자각을 구체화하여 시가 마땅히 표현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 시작했으며 가장 적당한 표현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탐구하기 시작함으로써 시적 언어를 가다듬는 시인의 역할을 중시하였다. 박용철은 평론으로 이들 시문학파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했으며, 김영랑은 실제적인 작품 활동을 통해 시문학파의 시가 우리 시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하였다. 이들은 언어를 매우 엄격하게 선택하고 참신한 감각적 표현을 위한 방법론을 탐색했으며, 세련된 기교를 사용하여 한국시에서 진정한 의미의 순수시의 영역을 구축하였지만 지나치게 문학의 형식적 측면에 치우쳐 시대적 현실을 도외시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김영랑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모란이 피기까지는', '니 마음을 아실이' 등 |
박용철 |
'떠나가는 배', '싸늘한 이마', '비 내리는 밤' 등 |
신석정 |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은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 등 |
이하윤 |
'들국화', '물레방아' 등 |
② 모더니즘파
1920년대 후반부터 서양의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 시가 소개되기 시작했지만, 우리 문단에서 본격적인 모더니즘 운동이 나타난 것은 1933년경 김기림이 모더니즘 문학 이론을 소개하면서부터이다. 이들은 감성보다는 이성을 중시하는 주지주의 문학을 주장하고, 시의 회화성을 강조하였다. 김기림이나 김광균, 정지용 등은 영미(英美) 계열의 주지주의 모더니즘을 받아들여 이미지즘 시를 썼으며, 이상(李箱)은 프랑스 계열의 초현실주의적인 시를 발표하였다. 특히 김기림은 모더니즘을 주도적으로 소개하고 그것을 시로써 실험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정지용은 1920년대 말 등단하면서부터 이미지즘적인 경향을 보임으로써 이미 모더니즘적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이들에 의해 우리 시에는 기계 문명과 도시가 시적 주제로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국적인 요소도 중요한 표현의 한 요소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시는 기교에 집착하게 됨으로써 사상을 등한시하게 되었다는 생명파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잠깐 - 모드니즘 시 하나 엿보기
길은 외줄기 꾸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 열차가 들을 달린다.
<김광균, '추일서정' 중에서>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김기림 |
'기상도', '태양의 풍속', '해상' 등 |
정지용 |
'향수', '카페 프란츠', '유리창' 등 |
김광균 |
'설야', '와사등', '추일 서정' '외인촌' 등 |
이 상 |
'오감도', '꽃나무', '거울', '선에 관한 각서', 정식' 등 |
장만영 |
'달·포도·잎사귀', '양' '비의 image' 등 |
③ 생명파(生命派)
1930년대 초반 순수시파의 유미주의(唯美主義), 중반 모더니즘파의 감각적 기교주의가 모두 인생의 문제를 도외시한 데 대해 반발하며 등장한 1930년대 후반의 문인들 일파가 이른바 '생명파'이다. 이들은 모더니즘이 주지주의적 성격과 도시 문명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시가 건조해지고 형식화된 것을 비판하며, 고뇌로 가득찬 인간 문제, 삶의 문제, 생명의 문제 등을 시의 주요 주제로 삼았다. 1936년에 발간된 <시인부락(詩人部落)>의 동인인 시인 서정주, 소설가 김동리를 중심으로 성립하였으며 유치환과 윤곤강, 신석초는 동인이 아니면서도 경향의 유사성 때문에 함께 '생명파'라 불린다. 서정주, 유치환, 오장환 등에 의해 대표되는 생명파는 삶과 생명에 대한 고뇌를 시로 담음으로써 우리 시를 새로운 경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잠깐 - 생명파 시 하나 엿보기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서정주, '문둥이'>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서정주 |
'화사', '대낮', '문둥이', '자화상' 등 |
오장환 |
'성벽', '정문', 'The Last Train', '헌사', '해항도' 등 |
유치환 |
'깃발', '생명의 서', '일월' 등 |
1. 시대개관 |
중일 전쟁(1937) 이후 태평양 전쟁(1941)이 일어나기까지 일제의 탄압이 더욱 극심하였다. 1941년에 들어 일제는 조선일보, 동아일보는 물론, <문장(文章)>과 인문평론(人文評論)>의 두 문예지마저 폐간하였으며, 한국어, 한국 문자의 사용을 금지시켜 그야말로 역사와 문화의 암흑기를 맞이하였다. <문장>을 중심으로 활약했던 청록파가 그나마 시의 명맥을 유지하였으며, 암흑기의 마지막 밤을 밝혀낸 별로서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가 있었다.
2. 특 징 |
(1) 문장파의 성립과 청록파의 자연 회귀
1938년 <문장>지가 창간되면서 고전과 전통적인 정서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부각되었다. 이병기를 중심으로 이태준, 정지용에 의해 주도된 <문장>지는 우리의 전통적 정서를 현대화시키는 데 강한 의욕을 보였다. 특히 정지용의 경우는 이 시기에 동양적인 은일과 절제의 미학을 보여 준다. 이들 문장파에 의해 발굴된 시인들이 바로 청록파이다.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으로 구성된 청록파는 30년대 말의 어두운 시대 상황에서 자연으로 회귀하여 위안을 찾으며 밝아올 새날의 역사를 노래했다. 1946년에 <청록집>을 내었다.
① 박목월 : 동양의 이상향인 도화원(桃花園)과 같은 선경(仙境)을 추구했다. '청노루', '산도화(山桃花)', '불국사(佛國寺)' 등이 그 예이다.
② 박두진 : 기독교(구약성서 이사야서)적 평화 사상으로 자연을 추구하며 밝아올 새 역사의 소망을 노래했다. '향현(香峴)', '해', '어서 너는 오너라' 등이 그 예이다.
③ 조지훈 : 우리 전통 - 멸망하는 것에 대한 짙은 향수(鄕愁), 선(禪)과 은일(隱逸)의 경지에 침잠했다. '고풍의상(古風衣裳)', '봉황수(鳳凰愁)', '완화삼(玩花衫)', '낙화('落花)', '고사('古寺)', '범종('梵鍾)' 등이 그 예이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정지용 |
'장수산', '백록담', '옥류동', '구성동' 등 |
조지훈 |
'고풍 의상', '봉황수', '승무', '고사(古寺)', '낙화' 등 |
박목월 |
'청노루', '산도화', '나그네', '윤사월', '불국사' 등 |
박두진 |
'묘지송', '향현', '도봉', '설악부' 등 |
(2) 암흑기의 별
이육사와 윤동주의 시는 암흑기의마지막 밤을 밝히는 불멸의 별이다. 또 토속적인 농촌과 서민들의 빈궁한 생활상을 다룬 백석과 이용악 등의 시들이 이 시기에 있었다.
① 이육사 : 유교적 선비 정신으로 지절(志節)의 표상이 된 대륙적 기질의 시인. 어조가 남성적이어서 도도하고 당당하다. '광야', '절정' 등이 그 예이며, '청포도'는 인구에 회자되는 애송시이다.
② 윤동주 : 기독교적 속죄양 의식으로 순결과 참회와 그리움의 시를 썼다. '서시(序詩)', '십자가', '참회록', '또 다른 고향', '쉽게 씌어진 시' 등이 그 예이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윤동주 |
'서시', '참회록', '자화상', '십자가', '별 헤는 밤', '쉽게 씌여진 시' 등 |
이육사 |
'청포도', '광야', '절정', '교목', '자야곡', '꽃' 등 |
백 석 |
'여우난 곬 족', '가즈랑 집', '고야(古夜)',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등 |
이용악 |
'낡은 집', '북쪽', '오랑캐 꽃', '전라도 가시내' 등 |
1. 시대개관 |
광복은 우리에게 몇 가지 과제를 안겨 주었다. 하나는 일제 말기에 있었던 지식인들의 친일 행위에 대한 처벌과 청산이었고, 다른 하나는 이데올로기의 극한 대립이 빚어 낸 갈등의 극복이었다. 그러나 일제 잔재의 청산 문제는 이데올로기적 대립의 소용돌이 속에서 흐지부지해져 버렸고,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극한에 이르러 결국은 전쟁으로 귀결되었다. 이러한 우리 역사의 왜곡 현상은 문학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일제 말기에 친일을 했던 문인들 스스로의 자정 노력은 어느 사이에 사라지고,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의한 목소리만 높아졌던 것이다. 그 결과 해방 공간은 문학 자체에 대한 관심보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의한 정치가 우선인 시대가 되어 버렸다. 좌익 문인 단체인 '조선 문학 동맹'(1945. 2) 소속의 시인들은 경직된 좌익 이념을 노출, 선전하는데 몰두하였으며, '조선 문학가 협회'를 중심으로 한 우익 계통의 시인들의 시도 해방을 맞이한 격정과 소박한 찬가풍(讚歌風)의 어조로 하여 긴장을 잃은 행사시(行事詩)들을 양산했다. 이러한 좌우 이데올로기의 대립은 순수 문학과 계급 문학으로 나뉘게 했지만, 차츰 공산주의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순수 문학이 우리 민족 문학의 주류로 자리잡아갔다.
또 이 시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일제 시대에 발표되지 못했던 시들이 다량의 시집으로 묶여져 나옴으로써 우리의 문학 전통을 새롭게 세우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또 1949년에 결성된 '후반기' 동인은 1930년대 모더니즘의 부활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도 하였다.
2. 특 징 |
(1) 민족 문학의 방향성을 찾기위한 노력들
이 시기에는 민족 문학의 방향성을 찾기 위한 많은 토론과 논쟁이 있었고, 좌우 이데올로기를 바탕에 둔 대립이 심하였다. 민족 문학을 세우고자 하는 노력은 이러한 대립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과도 맞물렸다. 그 결과 계급주의 문학과 순수 문학의 경향으로 나뉘어지면서 시에 있어서도 이러한 양상이 뚜렷해졌다. 이러한 대립은 좌익에 대한 정부의 탄압과 함께 많은 시인들이 월북하면서 차츰 순수 문학쪽으로 그 힘이 기울어졌다. 이는 결국 1930년대의 순수시, 인생파, 자연파들을 계승하는 방향으로 귀결되어졌으며, 그 중심은 서정주, 유치환, 조지훈, 박목월, 박두진, 김영랑, 신석정 등이었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김광섭 |
'나의 사랑하는 나라' 등 |
서정주 |
'견우의 노래', '국화 옆에서', '밀어' 등 |
유치환 |
'돌아오지 않는 비행기', '울릉도' 등 |
박두진 |
'해', '청산도', '오월에', '산야' 등 |
김광균 |
'은수저' 등 |
박목월 |
'나그네', '윤사월' 등 |
조지훈 |
'완화삼', '낙화', '풀밭에서' 등 |
오장환 |
'큰물이 갈 때', '8월 15일의 노래' 등 |
임 화 |
'학병 돌아가다', '길', '깃발을 내리자' 등 |
(2) 다양한 시집의 간행과 모더니즘의 계승
이 시기는 일제 말에 발간되지 못한 많은 시집들이 새롭게 간행된 시기였다. 특히 일제 말에 광복을 보지 못하고 죽은 시인들의 유고 시집은 시단에 큰 충격과 영향을 주었다.
① 유고 시집 : 이육사 '육사 시집', 이상화 '상화 시집',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등
② 기타 시집 : 박목월 외 '청록집', 정인보 '담원 시조집', 이병기 '가람 시조집', 김상옥 '초적' 유치환 '생명의 서' 오장환 '병든 서울', 김기림 '바다와 나비' 등
1. 시대개관 |
해방이 되자마자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에 내몰린 우리 민족의 고통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이러한 전쟁이 이데올로기적 대립으로부터 말미암았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 민족은 더욱 큰 고통을 당해야 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민족을 죽여야 하는 상황은 인간의 본질과 삶 자체에 대한 깊은 회의를 낳았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상처는 문학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전쟁에 직접 참여하여 전투를 격려하기 위한 작품들이 창작되기도 하고, 전쟁에서 느끼는 인간의 실존적 고뇌를 담는 작품들이 나오는가 하면, 전쟁 후에도 그 상흔으로 아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전후 문학의 주류를 이루었다.
그 자체로 엄청난 충격이었던 전쟁의 참혹상과 관련된 시들이 지어졌으며, 또 현대 문명을 비판하는 모더니즘 시가 1930년대의 전통을 새롭게 계승하면서 등장하였고, 전통 서정시 또한 다양한 시인들에 의해 창작되었다.
2. 특 징 |
(1) 전쟁시
이 시기에는 전쟁에 참여한 시인들이 직접 전쟁을 체험하고 느낀 소감이나, 전쟁의 참혹상, 그 파괴적인 힘 등을 그리고 있는 시들을 많이 발표했다. 전쟁 체험을 시로 옮기는 과정에서 전쟁의 비극을 고발하고, 전후의 새로운 가치관 또는 인간상을 탐색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였다. 따라서, 이들의 공통적인 주제 중의 하나는 바로 전쟁으로 철저하게 훼손된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휴머니즘이었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유치환 |
'보병과 더불어', '기(旗)의 의미' 등 |
모윤숙 |
'국군은 죽어서 말한다' 등 |
이은상 |
'고지가 바로 저긴데' 등 |
조지훈 |
'다부원에서', '이기고 돌아오라' 등 |
구 상 |
'초토의 시', '폐허에서' 등 |
전봉건 |
'장난', '속의 바다' 등 |
(2) '후반기' 동인의 모더니즘 시
이데올로기의 극단적 대립으로 인한 전쟁은 현대 문명에 대한 근본적인 반성을 불러 왔고, 이러한 비판 정신을 하나의 운동으로 내 보인 것이 1950년대의 모더니즘 운동이었다. 이들은 전쟁에서 비롯된 불안과 공포, 허무, 전망 없는 사회에 대한 현실 의식을 모더니즘의 방법과 정신을 통해 형상화했다. 이 모더니즘 운동은 전쟁 전의 '후반기' 동인들인 김경린, 박인환, 김규동, 조향 등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은 시의 소재를 현대의 도시 문명에 두고 주지적, 감각적 기법으로 처리하였는데 1930년대 모더니즘 시인 김기림이 밝고 건강한 '오전의 시'를 썼음에 비해 이들은 짙은 불안감과 위기 의식을 표출하고 있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박인환 |
'검은 신', '최후의 회화', '목마와 숙녀', '밤의 매장지' 등 |
김규동 |
'나비와 광장', '불안의 속도' 등 |
김수영 |
'달나라의 장난', '병풍', '폭포' 등 |
김춘수 |
'꽃', '꽃을 위한 서시', '분수',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 등 |
(3) 전통적 서정파의 자기 수호의 시
전쟁시, 모더니즘 시와 함께 전통적 서정시 또한 이 시기의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으며 정체성을 확보해 나갔다. 이들은 전쟁의 체험을 내적으로 승화시키며 보다 풍부한 서정적 세계를 열어 나갔다. 서정주를 필두로 박재삼, 김현승, 황금찬, 구자운, 김관식, 이동주, 박용래, 박성룡, 박희진 등이 이 계열을 대표한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서정주 |
'무등을 보며', '학', '추천사' 등 |
박재삼 |
'수정가', '춘향이 마음', '울음이 타는 가을강' 등 |
김현승 |
'옹호자의 노래' 등 |
(4) 권위 있는 문예지, 종합지의 신인 배출
1950년대에 나온 월간 문예지 <현대문학>, <자유문학>과 월간 종합지 <사상계>는 역량 있는 많은 시인들을 배출하였다.
잡지명 |
주재자 |
공 적 |
연 대 |
현대문학 |
조연현 오영수 |
- 건국 후 두 번째 순 문예지 - 전 갈래의 작품 게재 |
1955. 1 ∼ 현재 |
자유문학 |
김팔봉 송지영 김광섭 |
- 자유문학자 협회의 기관지 |
1956. 1 ∼ 1963. 8 (통권 71호) |
사 상 계 |
장준하 |
- 종합 교양지 |
1953. 4 ∼ 1970. 9 |
1. 시대개관 |
온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열한 열망으로 시작된 4·19가 5·16이라는 군사 쿠데타에 의해 그 싹을 잘리게 되자, 역사는 이 땅의 지식인들에게 현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투쟁을 요구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문학은 어느 때보다도 현실 참여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사회 비판적인 목소리를 드높이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현실 참여적인 문학과 함께 순수 문학에 대한 관심 또한 더욱 높아지면서 문학의 다양한 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2. 특 징 |
(1) 순수와 참여의 논쟁 ― 참여시
이 시기에는 순수·참여 논쟁을 통해 문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많은 시인들이 참여 문학 형성에 동참하였다. 시인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문학 속에만 갇혀 있는 존재가 아니라, 현실에 대해 적극적으로 비판하고 고발하면서 현실 변혁을 위해 노력하는 비판적 지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였다. 이들은 사회 부조리와 비민주적인 정권,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비인간화 등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면서 참여시를 발표하였다. 또한 이들은 민족 분단의 비극적 현실을 보다 선명히 인식하고, 이를 새롭게 조명하여 분단 극복을 위한 문학적 대응 방식을 추구하기도 했다. 김수영, 신동엽을 필두로 이성부, 신경림 등이 이 계열에 속한다. 자유의 실현을 방해하는 사회 현실의 모순에 대한 비판을 바탕으로 한 지식인 김수영의 '풀', 우리의 역사적 상황을 우리 민족의 정체성, 소외된 계층과의 일체감 속에서 인식하려 한 신동엽의 '금강'(1967)이 그 대표작이다.
주요 작가와 작품
작 가 |
작 품 |
김수영 |
'푸른 하늘을', '풀',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 '거대한 뿌리' 등 |
신동엽 |
'껍데기는 가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조국', '금강' 등 |
이성부 |
'벼', '이빨', '전라도' 등 |
신경림 |
'농무', '겨울 밤', '시골 큰집' 등 |
조태일 |
'국토', '식칼론', '횡포' 등 |
김지하 |
'오적', '황톳길', '들녘' 등 |
(2) 순수와 참여의 논쟁 ― 순수시
참여시의 반대편에 서 있는 것이 순수시이다. 사회 현실과는 무관하게 시의 본질과 예술성, 순수성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순수시는 언어와 형식의 실험을 통해 예술적 기교를 추구하려는 모더니즘적인 시인들과, 우리의 전통 서정성을 계승하려는 전통시로 나뉘어진다.
주요 작가와 작품
<전통적 서정시>
작 가 |
작 품 |
서정주 |
시집'신라초', '동천' 등 |
박목월 |
시집 '청담' '경상도 가랑잎' 등 |
박재삼 |
'흥부의 가난', '은행나무 그늘에서' 등 |
박성룡 |
'교외', '풀잎' 등 |
<모더니즘 시>
작 가 |
작 품 |
김춘수 |
'처용 단장', '타령조', 나의 하나님', 샤갈의 마을에 내리는 눈' 등 |
전봉건 |
'속의 바다', '동물원', '의식' 등 |
문덕수 |
'선에 관한 소묘', '새벽', '원에 관한 소묘' 등 |
황동규 |
'비가', '기항지', '삼남에 내리는 눈' 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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