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계적인 시 창작 훈련
우선 나무를 바라보는 시각을 9단계로 나누어 적어보자.
1. 나무를 그냥 나무로 본다. 2. 나무의 종류와 모양을 본다. 3. 나무가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가를 본다. 4. 나무의 잎사귀들이 움직이는 모양을 세밀하게 살펴본다. 5. 나무 속에 승화되어 있는 생명력을 본다. 6. 나무의 모양과 생명력이 상관관계를 본다. 7. 나무의 생명력이 뜻하는 그 의미와 사상을 읽어본다. 8. 나무를 통해 나무 그늘에 쉬고간 사람들을 본다. 9. 나무를 매개로 하여 나무 저쪽에 있는 세계를 본다.
이것을 크게 세 단계로 나누어 실제 나무에 관한 시를 써보자. 1단계에서 4단계까지는 나무의 외형을 관찰하는 단계이다.
나무는 미세한 바람의 요구에도 잎새를 흔들어 고이 간직한 금빛 비늘을 나누어준다.
※나무의 아름다운 모습을 형상화하여 표현함.
5단계에서 7단계까지는 나무의 내면을 바라보는 단계이다.
겨울 바람은 눈비를 몰고 와 소나무의 옷자락을 거머쥐고 거칠게 흔들어 보지만 푸른 눈매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않고 눈 들어 겨우내 하늘만 쳐다본다
※소나무의 지조를 형상화하여 표현함.
8단계에서 9단계까지는 나무를 매개로 해서 다른 세계를 보는 단계이다. 가장 고차원적인 단계로서 상상력이 가장 풍부한 사람이 쓸 수 있는 경지이다.
겨울 나무
품팔이하는 엄마의 늦은 귀가,
오누이는 밤새 산짐승 소리를 들으며, 문풍지 찢어진 틈새에서 우는 낮선 바람 소리 들으며 자정이 넘어서까지 오돌오돌 떨고 있다
눈 내리고 세찬 바람 부는 두메 산골 오막살이에서
※ 세찬 눈보라에 밤새 떨고 있는 겨울 나무를 형상화함.
우리는 시를 쓸 때 사물의 외형적인 단계에서 끝맺지 말고, 내면적인 단계, 나아가서는 그 사물을 통해 다른 세계까지 볼 수 있는 단계로 나가야 한다. 이것은 상상력에 있어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시를 쓰는 노력을 성실히 수행 하여 풍부한 상상력을 자아내고 그 산물로 훌륭한 한 편의 시를 창작할 수 있는 경지에 올라야 한다.
※ 단계를 구분하여 적은 시는 순수한 개인 창작물로 예를 든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