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글러브를 주세요 / 마경덕

자크라캉 2007. 7. 26. 16:11

 

                             사진<한국종자나눔회>님의 카페에서

 

러브를 주세요  /  마경덕

 

그의 꿈은 야구선수, 글러브를 끼고 흙 밭을 굴렀다. 이만수, 이승엽이 되고 싶었다. 여전히 야구장을 맴

도는 남자. 눈만 뜨면 글러브를 차에 싣고 야구장으로 달려간다. 만루 홈런을 꿈꾸며 수십년을 바닥에서

굴렀다. 객석으로 공이 튀고 함성이 문밖으로 날아오면 글러브를 훔켜쥐고  부르르 떨었다. 취객이 던진

데브볼에 글러브가 망가져도 그는 글러브 중독자, 뭉개진 글러브를 찢어 먹는다. 까맣게 썩은 글러브도

먹는다. 사람들은 그를 보면 조른다. 아저씨, 글러브 하나 주세요.

 

그러브를 찢으니 글러브 속에서 하얀 손가락이 쑥 튀어나온다.

야구장 앞, 트럭에 쌓인 저 바나나들. 노랗게 잘 익었다.

 

2007년<문학마을>여름호

 

<약력>

마경덕

2003년<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신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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