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주신희>님의 플래닛에서
아내 / 김재혁
진달래 장난질 치며 놀다간 자리에
철쭉이 요염한 자태로 생을 만끽하는 그때
하얀 표지의 문학작품처럼 감동으로 다가왔던 그녀,
내 인생의 서툰 책 사이에
책갈피로 살짝 들어와 앉아,
젊은 시절 내 그토록
해석하고 비평하려고 애썼던 작품 하나,
이젠 귀퉁이가 조금은 해지고 접히기도 해
가끔 옆으로 치워두기도 하지만
언제나 끊이지 않는 이해와 오해의 샘,
이십년의 세월동안
나의 손때와 생활의 그림자가 투영된 채
이젠 서서히 고전이 되어가나 보다
지금 내가 그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너무나 이른 귀가로 괴롭히는 일밖에 없는가
나는 그녀를 위해
삼류연애소설일 뿐인가 보다,
가슴으로 새벽까지 읽어도
다 알 수 없는 빈틈없는 고전의 깊이에 비해
2002년 <현대시>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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