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 한톨>님의 카페에서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 이나명
왜가리가 물 속에 두 다리를 담그고 멍청히 서 있다
냇물이 두 다리를 뎅강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빤히 두 눈을 물 속에 꽂는다
냇물이 두 눈알을 몽창 빼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첨벙 냇물 속에 긴 주둥이를 박는다
냇물이 주둥이를 썩둑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다리가 잘리고 두 눈알이 빠지고 긴 주둥이가 잘린
왜가리가 놀라 퍼드득 날개짓을 하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아주 가볍게 떠올라 하늘 깊이
온 몸을 던져 넣는다
냇물도 놀라 퍼드득 하늘로 솟구친다
다시 흘러간다
2004년 <현대시>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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