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왜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 이나명

자크라캉 2007. 8. 27. 15:35

사진<한 한톨>님의 카페에서

 

 

가리는 왜 몸이 가벼운가  / 이나명

 

왜가리가 물 속에 두 다리를 담그고 멍청히 서 있다

냇물이 두 다리를 뎅강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빤히 두 눈을 물 속에 꽂는다

냇물이 두 눈알을 몽창 빼가는 줄도 모르고

 

왜가리가 첨벙 냇물 속에 긴 주둥이를 박는다

냇물이 주둥이를 썩둑 베어가는 줄도 모르고

 

두 다리가 잘리고 두 눈알이 빠지고 긴 주둥이가 잘린

왜가리가 놀라 퍼드득 날개짓을 하며

하늘 높이 떠오른다

 

아주 가볍게 떠올라 하늘 깊이

온 몸을 던져 넣는다

냇물도 놀라 퍼드득 하늘로 솟구친다

다시 흘러간다

 

 

 

2004년 <현대시>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