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 / 강인한 사진<yjy0252>님의 블로그에서 얼룩 / 강인한 빗방울 하나가 돌멩이 위에 떨어진다. 가만히 돌 속으로 걸어가는 비의 혼, 보이지 않는 얼룩 하나, 햇볕 아래 마른 돌멩이 위에서 지워진다. 어디서 왔을까, 네 이름은 내 가슴속에 젖어 물빛 반짝이다가 얼룩처럼 지워져버린 네 이름은. 빗방울 하나가 .. 참 좋은 시 2009.07.11
몸의 신비, 혹은 사랑 / 최승호 사진<아름다운 LIVE>님의 카페에서 몸의 신비, 혹은 사랑 / 최승호 벌어진 손의 상처를 몸이 스스로 꿰매고 있다. 의식이 환히 깨어 있든 잠들어 있든 헛것에 싸여 꿈꾸고 있든 아랑곳없이 보름이 넘도록 꿰매고 있다. 몸은 손을 사랑하는 모양이다. 몸은 손이 달려있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모양이다.. 참 좋은 시 2009.07.03
동변상련의 / 박라연 사진<진시미>님의 카페에서 동변상련의 / 박라연 거주 만료된 몸을 나와 저 세상으로 가던 길목에서 문득 희로애락을 끌고 평생 수고해준 제 몸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진 영혼처럼 그녀 차를 돌려 살던 집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숟가락 소리 웃음소리 서류와 옷 가구와 상처와 추억이 집을 빠져 나가.. 참 좋은 시 2009.06.30
재춘이 엄마 / 윤제림 사진<까치세상>님의 카페에서 재춘이 엄마 /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집를 낼 때 생각이 모자라서, 그 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 그냥 `재춘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 재춘이 엄마뿐이 아니다 보아라, 저 갑수네, 상규네, 병섭이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간월암(看月.. 참 좋은 시 2009.06.08
꽃이 졌다는 편지 / 장 석 남 사진<꽃구름 그늘아래서...>님의 카페에서 꽃이 졌다는 편지 / 장 석 남 1. 이 세상에서 살구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복숭아꽃이 피었다가 졌다고 쓰고 꽃이 만들던 그 섭섭한 그늘 자리엔 야윈 햇살이 들다가 만다고 쓰고 꽃 진 자리마다엔 또 무엇이 있다고 써야 할까 살구가 달렸다고 써야 할.. 참 좋은 시 2009.05.06
긴 편지 / 나호 사진<해군 부사관 84기>님의 카페에서 긴 편지 / 나호기 풍경風磬을 걸었습니다 눈물이 깨어지는 소리를 듣고 싶었거든요 너무 높이 매달아도 너무 낮게 내려놓아도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에 우두커니 오래 있다가 이윽고 아주 오랜 해후처럼 부등켜 안지 않으면 안 되는 것.. 참 좋은 시 2009.04.28
이방인 / 김영승 사진<청록오솔길>님의 카페에서 이방인 / 김영승 버스비 900원 버스 타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百拜謝罪)하며 내는 돈 화장실 100원 오줌 눠서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아들 고등학교 신입생 등록금 사십오만 구천오백팔십 원 학교 다녀 죄송하다고 백배사죄하며 내는 돈 상갓집 부조금 3.. 참 좋은 시 2009.04.20
외인촌(外人村) / 김광균 사진<자갈밭-풍수원성당>님의 블로그에서 외인촌(外人村) / 김광균 하이얀 모색(暮色)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山峽村)의 고독한 그림속으로 파ㅡ란 역등(驛燈)을 단 마차(馬車)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電信柱)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 참 좋은 시 2009.03.13
타조의 꿈 / 강희안 사진<완도바닷가사람들>님의 카페에서 타조의 꿈 / 강희안 한때 얹어 두었던 계관은 몸의 기억을 더듬지만, 누구도 태생이 무엇이며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조차 관심이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볼품없이 까맣게 오그라든 검은 낯바닥, 터무니없는 몸집과 퇴화된 날개로 한 시절 용케도 잘 견디는가 .. 참 좋은 시 2009.02.12
구두 한 켤레의 시 / 곽재구 사진<그리움이 넉넉한 방>님의 카페에서 구두 한 켤레의 시 / 곽재구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쑬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 참 좋은 시 2009.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