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보(散步)길 / 김춘수 사진<Yua04>님의 카페에서 산보(散步)길 / 김춘수 어떤 늙은이가 내 뒤를 바짝 달라 붙는다. 돌아보니 조막만한 다 으그러진 내 그림자다. 늦여름 지는 해가 혼신의 힘을 다해 뒤에서 받쳐주고 있다. 김춘수 시인 2008.09.10
봄 C / 김춘수 사진<먹골 이화산악회>님의 카페에서 봄 C / 김춘수 어디서 목련(木蓮) 봉오리 터지는 소리 왼종일 그 소리 뜰에 그득하다 아무 것도 없어도 뜰은 소리 하나로 고운 봄을 맞이한다 김춘수 시인 2008.09.10
봄 B / 김춘수 사진<시와 여운>님의 카페에서 봄 B / 김춘수 복사꽃 그늘에 서면 내 귀는 새보얀 등불을 켠다 풀밭에 배암이 눈 뜨는 소리 논두렁에 민둘레가 숨쉬는 소리 복사꽃 그늘에 서면 내 귀는 새보얀 등불을 켠다 김춘수 시인 2008.09.10
葉篇 二題 / 김춘수 사진<울산이 좋은 이유>님의 카페에서 葉篇 二題 / 김춘수 늪 眉壽 지난 이무기는 죽어서 용이 되어 하늘로 가고 놋쇠 항아리 하나 물먹고 가라앉았다. 지금 개밥 순채 물달개비 따위 서로 삿대질도 하고 정도 나누는 그 위 아래, 산 그가 그려준 산은 짙은 옻빛이다. 그런 산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 김춘수 시인 2008.09.10
늪 2 / 김춘수 사진<비사벌로 가는 길>님의 카페에서 늪 2 / 김춘수 늪을 지키고 섰는 저 수양버들에는 슬픈 이야기가 하나 있다. 소금쟁이 같은 것 물장군 같은 것 거머리 같은 것 개밥 순채 물달개비 같은 것에도 저마다 하나씩 슬픈 이야기가 있다. 산도 운다는 푸른 달밤이면 나는 그들의 슬픈 혼령(魂靈)을 본.. 김춘수 시인 2008.09.10
누란(樓蘭) / 김춘수 사진<★짜투리천세상★>님의 카페에서 누란(樓蘭) / 김춘수 과벽탄(戈壁灘) 고비는 오천리(五千里) 사방(四方)이 돌밭이다. 월씨(月氏)가 망(亡)할 때, 바람 기둥이 어디선가 돌들을 하늘로 날렸다. 돌들은 천년(千年)만에 하늘에서 모래가 되어 내리더니, 산 하나를 만들고 백년(百年)에 한 번씩 그.. 김춘수 시인 2008.09.10
왕소군(王昭君)의 달 / 김춘수 사진<생명 그리고 삶>님의 카페에서 왕소군(王昭君)의 달 / 김춘수 잡목림(雜木林) 너머 양파들의 하얀 꽃 자갈밭을 지나 황토(黃土) 진흙의 나직한 언덕을 지나면 조랑말의 눈이 두 개 흑하(黑河)를 건너 번국(番國)을 지나면 노(老)선우(單于)의 턱수염에 달린 고드름 고드름 따다가 고드름 따다가.. 김춘수 시인 2008.09.10
막달라 마리아 / 김춘수 사진<수지피리님의 푸딩>님에게서 막달라 마리아 / 김춘수 너의 눈이 기적(奇蹟)을 보았다. 그날 새삼 애기처럼 잠이 들어, 꿈속에선 웃으며 웃으며, 무엇인지 모르는 팔을 벌렸다. 손가락 끝이 가늘게 떨리었다. 눈이 뜨니 귀도 뜨이다. 새 소리 바람 소리……아련히 아련히도 모습인 양 하늘은 멀.. 김춘수 시인 2008.09.10
이중섭(李仲燮) 5 / 김춘수 사진<임성락>님의 카페에서 이중섭(李仲燮) 5 / 김춘수 충무시(忠武市) 동호동(東湖洞) 눈이 내린다. 옛날에 옛날에 하고 아내는 마냥 입술이 젖는다. 키 작은 아내의 넋은 키 작은 사철나무 어깨 위에 내린다. 밤에도 운다. 한려수도(閑麗水道) 남망산(南望山), 소리 내어 아침마다 아내는 가고 충무.. 김춘수 시인 2008.09.10
기(旗) 1 / 김춘수 사진의 카페에서 기(旗) 1 / 김춘수 1 하늘의 푸른 중립지대(中立地帶)에서, 여기도 아니고 거기도 아닌 일상(日常)에서는 멀고 무한(無限)에서는 가까운 희박(稀薄)한 공기(空氣)의 숨가쁜 그 중립지대(中立地帶)에서, 노스달쟈의 손을 흔드는 손을 흔드는 너, 기(旗)삥대여, 2 다시 말하면 오! 깃(旗)대여.. 김춘수 시인 2008.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