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목공소에서 / 마경덕
희고 매끄러운 널빤지에 나무가 걸어온 길이 보인다. 나무는 제
몸에 지도를 그려 넣고 손도장을 꾹꾹 찍어 두었다. 어떤 다짐을
속 깊이 새겨 넣은 것일까. 겹겹이 쟁여둔 지도에 옹이가 박혔다.
생전의 꿈을 탁본 해둔 나무, 빛을 향해 달려간 뿌리의 마음이 물
처럼 흐른다.
퉤퉤 손바닥에 침을 뱉는 목공. 완강한 톱날에 잘려지는 등고
선.피에 젖은 지도 한 장 대팻날에 돌돌 말려 나온다. 죽은 나무의
몸이 향기롭다.
<신발론> 2005년 문학의 전당
2006년 시집 <신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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