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랭보

고아들의 새해 선물 / 랭보

자크라캉 2006. 8. 23. 15:17
 
 

                                 사진<조미란>님의 플래닛에서

아들의 새해 선물 / 랭보


방안은 온통 어둠에 묻혀 있다. 두 어린아이의 서글프고 다소곳한 밀어가 들려올 뿐. 길게 늘어뜨린 백색 커튼자락이 흔들리고 있는 근처에는 아직 깨어나지 못한 꿈의 무게로 하여 두 사람의 이마는 수그러지기만 한다. 밖에서는 작은 새들이, 추위 때문에 서로 몸을 비벼대면서. 회색빛 하늘을 향해 차마 무거운 날개로 날아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구나, 신년은 깊은 안개를 몸에 휘감고, 눈의 옷섶을 길게 끌고가면서 눈물로 가득히 고인 눈으로 미소짓기도 하고, 또한 오들오들 떨면서 노래 부르기도 한다.



흔들리는 커튼 아래 자리잡았던 두 어린아이는. 어른들이 캄캄한 밤에 하듯 나직한 목소리로 소근거린다. 그들은 마치 멀리서 들리는 소근거림처럼, 깊은 생각에 잠겨, 귀를 기울인다. 그들은 이따금 새벽을 알리는 괘종시계가 유리 덮개 안에서 언제까지나 울려퍼지는 드높은 금속성 소리의 밝고 되풀이되는 음향에 놀라 몇번이나 몸을 떤다. 게다가 방안은 얼음처럼 차갑다....... 침상 주위에 헝클어진 것들은 흡사 상복같구나. 살을 에는 듯한 겨울의 북풍은,문간에서 탄식하고, 방안에 음산한 숨결을 가득히 불어넣는다. 한 차례 휘둘러보기만 하여도 무엇이 부족한가는 누구나 알 수 있다. 이곳에 있는 두 어린아이에게는 어머니가 없는 것이다. 자애로움에 넘친 미소로,자랑스런 눈빛으로 어린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머 니가 없는 것이다. 어쩐 일인지 어머니는, 밤이 되면 혼자서 열심히 잿속에서 꺼져가는 불을 살리면서, 화로의 불을 일으키는 것을 잊었단 말인가. 어린이들 몸 위에 수피나 이불을 자상하게 덮어주는 일도 잊어단 말인가. "미안하다!"라고 한 마디 말한 다음, 떠나기 전에, 새벽녘의 추위로 어린아이들이 감기 들지 않도록 북풍을 막는 문을 꼭꼭 닫아주는 일도 하지 않았단 말인가. -어머니의 꿈, 그것보다 더 따뜻한 침구도 없을 것이다. 아름다운 새들이,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몸의 균형을 잡고 있듯이. 손발이 얼어버린 어린아이들은, 아름다운 환영으로 갇그 찬 감미로운 꿈을 장만한다. 부드러운 침상은 어머니의 꿈이어늘, 어쩐일로, 이 둥지에는 깃털도 없고 따뜻함도 없으니. 어린아이들은 추워서, 잠 못 이루고,두려움에 떨고 있을 뿐, 사나운 삭풍에 얼어붙은 둥지란 말인가.....



벌써 눈치챘으리라 생각하지만, 이 어린아이들은 고아입니다. 집안을 온통 다찾아보아도 어머니는 안 계시고, 아버지도 어딘가 멀리 떠나버렷었다! 할 수 없이 어린아이만이 얼어붙은 듯한 이 집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고아들은 겨우 네 살. 그런데 두 어린아이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어렴풋하게나마 무언가 즐거운 추억들이, 마치 기도하면서 손가락 끝으로 굴리는 염주알처럼 천천히 조금씩 눈을 뜨고 있구나. 아, 얼마나 좋은 아침이었는가 말이다. 선물이 있었던 그날 아침은. 밤 사이, 두 어린아이는 각각 받게 될 선물을 생각하면서 잠 못 이루는 것 이었다. 금종이 은종이들로 싼 과자랑, 장난감이랑,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들이 소용돌이 치기도 하고 발을 굴리면서 춤추는 것을 보게 되는가 하면, 금방 커튼 밑으로 숨기도 하고, 다시 또 나타나기도 하는 그런 묘한 꿈도 꾸었다. 이른 아침이면 눈을 활짝 떴다.즐거운 마을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욕심스럽게 입술을 삐죽이 내밀고, 졸리운 눈을 부비면서, 헝클어진 머리를 그대로 한 채, 축제일처럼 즐겁게 눈을 반짝이면서, 작은 맨발로, 마룻바닥 위를 가볍게 발소리를 내면서, 양친이 계신 방 밖에까지 와서는 가만히 문간을 만진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간다. 부모에게 인사말을 올린다.....잠옷 바람으로 되풀이되는 입맞춤, 거칠 것이 없는 기쁨이로다.



아! 참으로 즐거운 일이었다. 몇 번이나 되풀이 되었던 그 말은, -그러나 어찌하여 이렇게도 변해버렸단 말인가, 그 옛날의 이 집은! 난로에는 그토록 많은 장작이 진홍빛으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고풍스런 방안은 온통 구석구석까지 빛나고 있다. 큰 난로에서 올라오는 진홍빛 불빛의 반사가 니스칠을 한 가구들 위 에서 춤추는 것이 즐겁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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