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나무의 꿈 / 문정영
내가 직립의 나무였을 때
꾸었던 꿈은
아름다운 마루가 되는 것이었다
널찍하게 드러눕거나 앉아있는 이들에게
내 몸 속 살아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낮과 밤의 움직임을 헤아리며
슬픔과 기쁨을 그려 넣었던 것은
이야기에도 무늬가 필요했던 까닭이다
내
몸 속에 집 짓고 살던 벌레며,그 벌레를 잡아먹고
새끼를 키우는 새들의 이야기들이
눅눅하지 않게 햇살에 감기기도 하고,
달빛에 둥글게 깎이면서 만든 무늬들
아이들은 턱을 괴고 듣거나
내 몸의 물무늬를 따라 기어와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런
아이들의 꿈속에서도 나는 편편한 마루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아이들이 자라서 더 이상
내 이야기가 신비롭지 않을 때쯤, 나는 그저
먼지 잘 타고
매끄러운 나무의 속살이었을 뿐, 생각은 흐려져만 갔다
더 이상 무늬가 이야기로 남아있지 않는 날
내 몸에
비치는 것은 윤기 나게 마루를 닦던 어머니,
어머니의 깊은 주름살이었다
<문학시간에 읽어주는 시2>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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