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화엄 일박 /손택수

자크라캉 2006. 7. 17. 12:21

 

 

                                                       사진<신기록>님의 블로그에서

 

엄 일박 / 손택수

 

 

화엄이란 구멍이 많다

구례 화엄사에 가서 보았다

 

절집 기둥 기둥마다

처마 처마마다

얼금 송송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을

 

그 속에서 누가 혈거시대를 보내고 있나

가만히 들여다 보다가

개미와 벌과

또 그들의 이웃 무리가

내통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화엄은 피부호흡을 하는구나

들숨 날쑴 온몸이 폐가 되어

환하게 뚫려 있구나

그날 밤 누군가 똑똑 팡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털고 일어나 문을 열어젖혔다

 

창문 앞 물오른 나무들이

손가락에 침을 묻혀

첫날 밤을 염탐하듯 하늘에

뚫어놓은 구멍,

별들이 환한 박하향을 내고 있다

 

 


 

시집 < 목련 전차> 2006년 창비

 

 

 

손택수

1970년 전남 담양에서 태어났고, 경남대 국문학과와

부산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

문예에 <언덕 위의 붉은 벽돌집> 등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호랑이 발자국>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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