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미디어다음 아고라> 에서
거기서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 R.M.릴케
거기서 사람들은 흰 꽃처럼 창백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힘든
세상에 놀라면서 죽어가고 있습니다.
아무도 그 오만상을 찡그린 얼굴을 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 얼굴을 보면 부드러운 미소도
그
무명의 밤속에 일그러지기 마련인데도 말입니다.
사람들은 이리저러 방황합니다.
힘없이 무의미한 일에 애쓰다보니
기가
죽었고, 옷은 바래었고, 고운 손들은 벌써 늙었습니다.
무리들이 몰려오지만 그들을 아껴 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망설이며 약한 표정이긴 합니다만,-
어딘가에 사는지 알수없는 겁많은 개들만이
한동안 그들을 서먹하게 좇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은
수백명의 성가신 사람들 속에 끼어
매시간마다 얻어맞고 소리를 지릅니다.
병원 주위에서 외롭게 무리지어 있는가 하면
입원하게 될
날을 불안하게 기다립니다.
거기에 죽음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에
인사하듯 지나쳐버린 그런 죽음이 아닙니다.
거기서 잡을
수 있는 건 작은 죽음입니다.
그들 자신들의 죽음은 그들 속에 들어 있는 익지 않은 과일처럼
시퍼렇게, 달지도 않은 채 매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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