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없는
돌 / 유안진
돌은 입이 없어 먹이사슬에서 벗어난 줄 알았는데, 아득한
저 시대에는
돌도 입을 가져 먹고살았는가, 돌이 먹은 수억만
년 전의 동식물들이, 소화되지도 못한 채 미라가 되어 박물관
에
모였다
입을 가진 돌은 아직도 먹어야 사는가, 전시장 수석壽石에
는, 먹어온 천둥과 번개 강물과 바닷물, 달과 별빛
눈 서리와
비 안개가 보인다, 물과 바람과 짐승의 소리까지, 더러는 소화
되고 더러는 변형된 채 훤히 내비친다
얼비친다.
온몸으로 삼켜 먹고도, 입 없는 듯 입을 감춘 돌, 보리매미
울음조차 핥아빨아 마시고, 시침떼며
살찐 몸에 자욱진 문양,
돌의 몸 돌의 색깔도 그의 식욕食慾이었다, 고요는 아니었다.
*2006년 제20회 소월시문학상작품집 문학사상
'수상작품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사과 / 송찬호 (0) | 2006.05.17 |
---|---|
우리집에 왜 왔니 / 이시하<제12회 정지용 문학상 당선자> (0) | 2006.05.16 |
미안하구나 / 송재학 <`05년 미당문학상 수상작> (0) | 2006.03.29 |
빗방울 화석 / 황동규 (0) | 2006.03.29 |
틈 외 4편 / 봉하연 (0) | 2006.03.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