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 화석 / 황동규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 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 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 저녁 외로운 공룡이 뻘에 퍼질러 앉아
감춘 눈물방울들이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흔적 남기지 않고 가기 어려우리.
길섶 쑥부쟁이 얼룩진 얼굴 몇 점
사라지지 않고 맴도는 가을 저녁 안개
몰래 내쉬는 인간의 숨도
삶의 육필(肉筆)로 남으리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화석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시집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 (문학과지성사, 2003/2)
화석(化石)은 말 그대로 돌이 되는 것이다. 단단히 굳어진다는 것이다. 지질시대의 동식물의 유해나 유적이 암석 속에서 불멸을 꿈꾸는 것이다.
화석하면 흔히 공룡을 연상한다. 이 시에서도 공룡이 등장하는데 공룡이라고 등장하지 않고 빗방울로 등장한다. 빗방울이 오랜 떨어진 자국이 가령 공룡의 발자국이란 것이다.
그것을 밀고 나가 눈물방울도 화석이라고 한다. “채 굳어지지 않은 마음 만나면” 사랑을 하게 되고, 이별로 헤어지든 사별로 헤어지든 헤어질 때 나오는 눈물방울은 가슴에 남아 있는 화석이라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몰래 내쉬는 인간의 숨도” 화석이라고 한다. 그것은 아마 폐에 남기는 화석이고 심장에 남기는 화석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되자 심장이, 아니 “화석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어떠십니까 등긁기 이웃 여러분!!! 그대들은 언제나 화석이 될 수 있는 “채 굳어지지 않은 마음”이 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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