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작품들

습득 / 송준영<박인환 문학상작품>

자크라캉 2006. 3. 24. 17:05

습득

 

송준영

 

1호선 지하철 분실물신고센터에 있는 건

하얀 차돌 두어 개와 나를 따라온

청태 사이로 비치는 오대산 맨가슴 그리고

가부좌 틀고 있는 청량선원이네 그곳엔

내가 주워온 금빛 옷을 걸친 늙은 부처 아니

법당 왼쪽에 단정히 앉아있던

이마 말간 문수동자가 있네 아니 이 날

툇마루에 졸고 있는 하늘 한 자락과

푸른 솔잎 입에 문 물총새 한 마리 그리고

솔바람이 있네 아니 지하철분실물센터

알림판엔 깔깔 웃음웃던 습득물이 붙어

있네 동굴 속으로 고함지르며 사라진

습득*이 붙어있네 습득이 보이네

 

 

*습득은 당나라 때 사람. 국청사 풍간 선사가 주워 키웠다. 한산

 과 늘 같이 한암 깊은 굴에서 지냈고 절에서 허드렛일하여 밥을

 얻었고 미친 짓하면서도 선도리에 맞았고 시를 잘했다. 태주자

 사가 한암으로 찾아가 옷과 약을 주니 `도적놈아 도적놈아 물러

 가라' 하며 웃으면서 한암 속으로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