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두이노의 비가 <제 3비가> / R.M. 릴케

자크라캉 2006. 3. 24. 22:34

두이노의 비가

 

 

 

R.M.릴케

 

 

 

 제 3 비가

 

사랑하는 여인을 노래하는 것과, 슬프다, 저 숨겨진
죄 많은 피의 하신(河神)을 노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일.
그녀가 멀리서도 알아보는 그녀의 젊은 애인은
욕망의 신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욕망의 신은 빈번히
이 쓸쓸한 젊은이로부터 ㅡ 처녀가 젊은이를 달래기도 전에,
거의 매번 그녀가 눈앞에 없는 것처럼 ㅡ 신의 머리를 들어올렸다,
아, 알 수 없는 것을 뚝뚝 떨구며, 밤을 끝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몰고 가며.
오 피의 넵투누스이여, 오 그의 무시무시한 삼지창이여.
오 나선형 소라를 통해 그의 가슴에서 들려오는 어두운 바람이여!
스스로를 퍼내며 비워대는 밤의 소리에 귀기울여라. 너희 별들이여,
사랑하는 남자가 자기 애인의 용모에서 느끼는 기쁨은 너희들에게서
온 것이 아닌가? 그녀의 순수한 얼굴에 대한
그의 은밀한 통찰은 순수한 별자리에서 온 것이 아닌가?


그것은 그대도 아니었고, 오 괴롭구나, 그대의 어머니도 아니었다,
그의 눈썹을 이렇게 기다림의 아치 모양으로 구부려놓은 것은.
그대의 입 때문이 아니다, 그를 느끼는 처녀야, 그대와의 접촉 때문에
그의 입술이 이렇게 풍요로운 표현을 위해 구부러진 것은 아니다.
그대는 정말로 그대의 부드러운 접근이 그를 그렇게도
뒤흔들어놓았다고 생각하는가, 새벽 바람처럼 거니는 그대여?
그래 그대는 그의 가슴을 놀라게 만들기는 했다, 그러나 그대 손길의
충격에 그의 가슴속에서는 꽤 오래된 공포들이 무너져내렸다.
그를 불러보아라.... 그대는 그를 그 어두운 교제에서 완전히 해방시킬 수는 없다.
물론 그는 도망치고 싶어하고 실제로 도망친다 ; 안심하며 그는 그대의
은밀한 가슴에 길이 들어서 뿌리를 내리고 그 자신이 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는 실제로 그 자신이 되기 시작한 적이 있는가?
어머니, 당신이 그를 작게 만들었다, 그를 시작시킨 것은 당신이었다.
당신에게 그는 새로웠고, 당신은 그의 새로운 눈 위로 친근한 세계를
아치처럼 드리워놓고 낯선 세계가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그를 위하여 당신의 그 호리호리한 몸만으로도 밀려오는 혼란의 파도를
막아내기에 충분하던 그 시절은 어디로 갔는가?
이렇게 해서 당신은 그에게 많은 것을 숨겼다 ; 밤이 되면 미심쩍어지는
방들을 아무렇지도 않은 것으로 만들었고, 당신 가슴의 가득 찬 은신처에서 더욱 인간적인 공간을 꺼내서 그의 밤 공간에다 섞어 넣었다.
당신은 어둠 속이 아니라, 그래 어둠 속이 아니라,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는 당신 곁에다 야간등을 놓았고, 등불은 다정하게 빛을 던졌다.
당신이 미소지으면서 설명하지 않은 바스락 소리란 없었다,
당신은 마루가 언제쯤 소리를 낼지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귀를 기울였고 마음을 놓았다. 당신의 사랑스런 보살핌은
이렇게 많은 것을 해낼 수 있었다 ; 외투를 걸친, 키 큰 그의 운명은
옷장 뒤로 걸어갔고, 그리고 그의 불안스런 미래는
금방 구겨지는 커튼의 주름에 순응했다.


그리고 이제 안심하면서 그곳에 누워
졸린 눈꺼풀 밑으로 당신의 가벼운 모습이 주는
달콤함을 녹이면서 서서히 잠들 때면,
그는 자신이 보호를 받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의 내면에서는 :
그 누가 그의 혈통의 홍수를 막거나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을까?
아, 잠든 사람에게는 경계심이란 없었다 ; 자면서, 그러나 꿈꾸면서,
그러나 열병에 걸려서 : 그는 얼마나 빨려 들어갔던가.
새로 온 자, 부끄러워하는 자인 그는 그 얼마나
내면의 사건의 계속 뻗어가는 덩굴손에 얽혀 있었던가,
문양을 이루며, 숨막힐 듯이 성장하며, 동물처럼 치달리는 모양으로.
그는 얼마나 몰두했던가 ㅡ. 그는 사랑했다.
그는 자신의 내면의 것을 사랑했다, 내면의 황야를,
그의 내면에 있는 원시림을 사랑했다, 그곳에 그의 마음은 말없이 쓰러진
거대한 나무들 틈에 푸른 싹처럼 서 있었다. 사랑했다, 그는 그곳을 떠나
자기 자신의 뿌리들을 지나서 그 거대한 근원을 향해 갔다,
그곳에서 그의 작은 출생이 오래 전에 있었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는 더욱 오래된 피를 향해, 깊은 계곡을 향해 내려갔다,
그곳엔 공포스러운 것이 아버지들을 먹어치우고 배불러 누워 있었다.
                     그리고 끔찍한 모든 것들이
그를 알아보고, 눈짓을 보내며, 서로 통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 경악스러운 것이 미소를 지었다.... 어머니,
당신은 그렇게 다정스레 미소지은 적이 없다. 그 경악스러운 것이
그에게 미소를 보내는데, 어찌 그것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당신을 사랑하기에 앞서 그는 그것을 사랑했다. 당신이 그를 가졌을 때
이미 그것은 태아를 뜨게 하는 양수 속에 녹아 있었으니까.


당신이 보다시피, 우리는 꽃처럼 단 한 해만
사랑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사랑하는 날
태곳적 수액이 우리의 양팔을 타고 오를 것이다. 오 소녀여,
이것이다, 우리의 내면 속의 단 하나의 존재, 미래의 존재가 아니라,
산맥의 잔해처럼 우리의 가슴 깊은 밑바닥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들을 사랑하는 것. 지난날의 어머니들의
메마른 강바닥을 사랑하는 것. 구름이라도 끼거나, 아니면
숙명의 구름 낀 또는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진
소리 없는 모든 자연 풍경을 사랑하는 것이다 :
이것이, 소녀여, 그대에 앞서 왔다.
그리고 그대, 그대 자신은 무엇을 알고 있는가? 그대는
그대의 애인 속의 선사시대를 마구 휘저어놓았다. 오랫동안
죽어 있던 존재들로부터 어떤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는가. 어떤
여인들이 그곳에서 그대를 미워했는가. 젊은이의 핏줄 속에서
그대는 어둠 속에 묻힌 어떤 남자들을 깨워놓았는가? 죽은
아이들은 그대를 만지려고 했다.... 오 부드럽게, 부드럽게
그를 위해 사랑의 하루를 시작해라, 믿을 만한 하루를, ㅡ
그를 정원으로 인도하여 그에게 넘치는 밤들을
베풀어라....
                 그를 자제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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