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마음 아픈 낮 / 파블로 네루다

자크라캉 2006. 3. 24. 22:24
[본문스크랩] 마음 아픈 낮 2006/03/24 22:22   
 

 

 

마음 아픈 낮

 

 

 

파블로 네루다

 

 

헤아릴 수 없는 수난과 잿빛 꿈을 가진

창백한 겉옷을 입는다. 틀림없는 수행원.

혼자서 살아가는 쇠의 바람,

배고픔이라는 옷을 입은 하인.

나무 밑의 시원함 속에서,

꽃들에게 자신의 건강을 전해주는 태양의 정수 속에서,

황금 같은 내 피부에 쾌락이 찾아오면,

호랑이의 발을 가진 산호 유령인 당신,

장례의 시간, 불타는 결합인 당신,

내가 사는 이 땅을 정탐한다,

약간은 떨고 있는 당신의 달빛 槍을 가지고.

 

그 어느 날이건 텅 빈 정오가 지나가는 창문은

날개에 풍성한 바람을 갖게 되는 법.

광풍은 옷을 부풀리고 꿈은 모자를 부풀리고,

절정에 달한 벌 한 마리 쉬지 않고 타오른다.

그런데, 그 어떤 예기치 못한 발자국이 길을 삐걱대게 할까?

음산한 역의 저 증기는, 해맑은 저 얼굴은,

게다가, 이삭 실은 낡은 마차가 내는 저 소리는?

아! 흐느끼는 물결, 물결, 조각난 소금, 소금,

날 듯 흘러가는 천상의 사랑 시간,

이들 모두는 나그네의 목소리, 기다리는 공간을 가졌다.

 

걸어온 모든 길, 막연한 원망,

어둠과 뒤섞인 타고난 희망,

마음을 찢을 듯이 달콤한 현존,

맑은 결, 꽃의 모습으로 이루어진 날들,

나의 짧은 실존과 연약한 산물 뒤에 무엇이 남는 걸까?

나의 노란 침대, 부서진 나의 존재와

누가 같이 있지 않으며 동시에 함께 하지 않는 걸까?

튀려는 마음. 나는 밀대로 만든 화살을 갖고 있다.

그리고 내 가슴에는 뚜렷이 기다리는 활이 있다.

연약한 심장 소리, 물로 된 끈질긴 그 소리는,

영원히 깨어지는 어떤 것처럼,

내 이별의 밑바닥을 지나가고,

나의 힘을 끄고 나의 비탄을 퍼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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