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 네루다

스무 편의 사랑의 노래. 14

자크라캉 2006. 3. 22. 23:13
스무 편의 사랑의 노래.14

 

 

 

파블로 네루다

 

 


매일 너는 우주의 빛과 장난을 한다.

예민한 방문객이여, 너는 꽃 속과 물 속으로 도착한다.

매일 그렇듯 내 손 사이의 포도송이처럼

내가 괴롭히는 이 티없는 작은 머리보다 더한 존재가 바로 너다.

 

내 너를 사랑하는 순간부터 너는 그 누구도 닮지 않은 존재.

노란 화관들 사이에서 내가 너를 가질 수 있게 하여 다오.

그 누가 저 남쪽 별들 사이에 연기 글씨로 네 이름을 쓰겠는가?

아, 아직까지 네가 존재하지 않던 그때, 진정 네 모습은 어땠는지 기억하게 해다오.

 

별안간 바람이 울부짖으며 나의 닫힌 창문을 때린다.

하늘은 우울한 물고기들로 엉켜 있는 그물.

여기엔 모두가 저마다 온갖 바람을 일으키러 온다, 모든 바람들을.

비는 옷을 벗는다.

 

새들은 도망치듯 날아간다.

바람이다. 바람이다.

나는 사람들의 힘에 맞서 싸우는 수박에 없다.

폭풍우는 어두운 잎새들을 소용돌이로 휘몰아 가고

엊저녁 하늘에 매어 둔 배들을 모조리 풀어 놓는다.

 

너는 여기 있구나. 아 너는 도망가지 않는구나.

너는 마지막 비명까지도 내계 응답하리니.

잔뜩 겁먹은 듯이, 내 곁에 조그맣게 웅크리고 있으라.

그래도 네 눈동자엔 낯선 그늘이 가끔씩 스쳐 갔다.

 

지금도, 지금까지 여전히, 자은 여인아, 너는 내게 인동 덩굴을 가져오면서,

향기 가득한 젖가슴까지 간직하고 있구나.

슬픔 바람이 나비를 죽여 가며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사이

나는 너를 사랑하고, 나의 희열은 네 살구 입술을 깨문다.

 

나에게, 내 외롭고 거친 영혼에, 모두가 멀리하는

나의 이름에 친숙해졌다는 것으로 너는 엄청난 고통을 겪으리라.

우린 보았다 우리의 눈이 입맞출 때 자꾸만 끓어 오르던 샛별과

우리 머리 위를 맴도는 부채 속에서 꼬인 몸이 풀려 가는 황혼을

 

너를 사랑으로 만질 때면 나의 단어는 네 위에 비로 내린다.

나는 네 몸이 볕에 잘 말려진 진주 조개이던 시절부터 사랑했다.

지금은 네가 우주의 여주인이라는 것까지도 믿는다.

내 너에게, 즐거운 꽃들과, 물메꽃, 짙은 색 개암나무 열매와

거친 입맞춤을 광주리 채 저 산에서 가져다 주마.

 

정말로 나는봄이 벚나무와 하는 행위를

너와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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