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자동차가 엎드려 받아 쓴 말

자크라캉 2006. 2. 21. 21:43
                                   

  

          사진<다음포토샆>

 

 

 

동차가 엎드려 받아 쓴

 

심은섭

 

 

횟집 마당에 자동차들이 바다를 향해

무릎 꿇고 엎드린 채

무슨 말을 받아 쓰고 있다

 

        태양이 평면을 깨뜨리고 처음 떠오르던 날에도

도요새가 소돌* 앞바다 바닷물을 바라볼 때에도

내가 말없이 사라지는 날에도

바다는 상처가 있어 「짜다」는

바다가 말하는 바다의 말

 

        천년 전에 내렸던 눈은 지독하게,

해안선 모래톱에 내리고 있는 눈은 지겹도록,

먼 날 개 짖는 밤에 내릴 눈은 더 그립도록

하얀 상처가 있어 「하얗다」는

흰 눈이 말하는 흰 눈의 말

 

「짜다」는 말과「하얗다」는 말은 오직 같은데

제 몸 속「맛」과 「색깔」을

늘 지켜 오지 못한 마음에 황급히 돌아서서

옷깃으로  얼굴 가리는

푸른 사내 하나

 

 

 

 

*소돌 : 주문진에 있는 해안가 마을

 

 

 

 

<`06년 모던포엠 1월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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