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천복天福

자크라캉 2006. 2. 21. 21:40
 

 

       사진<다음포토샆>

 

 

 

天福   / 심은섭

 

 

 

 

새벽에 눈이 내렸습니다

수만 개의 눈송이가 어둠을 닦고 있습니다

천년 전 원시림에 내린 눈이나, 이 저녁

속 눈썹에 내리는 눈이나

모두 무던히도 하얗습니다 그런데 눈송이 속에는

흰 뼈마디가 보이지 않습니다

두 눈 부릅뜨고 은밀히 다가가 보았습니다

하늘의 살점이었습니다

상처였습니다

그 상처가 상형문자가 되어 내리고 있었습니다

흩어져있는 문자들을

이리저리 맞춰 보았습니다

모습을 드러낸 문자는 「天」자「福」자였습니다

새벽에 눈송이를 맞은 것이 아니라

하늘이 살점을 떼어 만든 「天福」을 맞았습니다

이 「」을 내가 가장 그리워하는 사람에게

나눠 주기로 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당신 입니다

목젖이 보이도록「웃고 있는 당신」 입니다

 

 

 

<`06년 모던포엠 1월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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