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다음 포토샆>
북쪽새떼들 / 심은섭
새떼들이 뱀 눈알로 날아 간다
북쪽으로 간다
청호동* 우체통에서 나와 묘향산 우체통으로 가지만 그
사연 받아 줄
사람, 있을까
50년대 초 화약 냄새 자욱한 어느 겨울, 새떼들이 백두산에서 내려와 남쪽 밤하늘에 슬픈 보석으로 박혀 있다는 이야기와 일곱살배기 새떼가 어느새 은관銀冠을 쓰고 어린 염소 목청으로 “오마니 오마니” 부르다가 틀니 벗어 놓고 유성이 되어 대기권 밖으로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갯배에 질긴 절망을 싣고 나르던 청호동 늙은 새떼들도 “가까이 오라 더 가까이 오라”고 하면서(통일이여 통일이여) 녹 쓴 철채선 넘어 들국화 핀 본적지를 바라보다 비문이 없는 무덤의 주인이 된다는
늙은 새떼들의 새떼들이 가지고(사연을)
묘향산 우체국 앞마당에 풀어 놓지도 못한 채
우체통 앞에 모여있던 늙은 새떼들은 시간에 짓눌려
돌아 올 수 없는 먼 초행길 열차표를 무더기로
티켓팅 하고 있다
*청호동 : 속초시에 있는 실향민 난민촌
<`0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최종심사 作>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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