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치며 오는 열 두 천사 / 심은섭
남사당패 피리소리 들으며 열 두 천사가 와요
`05카렌다 속으로
정월천사가 와요 북을 치며 바다가 쏟아낸 태양을 든
이월천사가 와요 눈 속에서 미소를 뽑아 올린 매화로
삼월천사가 와요 제비가 호박씨 물고 오는 길을 내는
사월천사가 와요 앵두나무에 누이동생 입술 매달리는
오월천사가 와요 아낙네가 밤꽃냄새에 잠 못 이룬 밤
유월천사가 와요 말매미가 서러움에 겨워 목 쉬던 날
칠월천사가 와요 견우와 직녀가 만날 다리를 놓아 줄
팔월천사가 와요 달맞이꽃을 짓밟은 강물을 걷어내는
구월천사가 와요 가을 비가 마당 깨무는 소리 들으며
시월천사가 와요 밟으면 바스락 소리 나는 어미 닮은
동지천사가 와요 묵정-밭에 묻힌 폐비닐 손을 당기며
섣달천사가 와요 복음을 가득 실은 루돌프 설매 타고
와요와요와요천사가와요
북 치며 열 두 천사가 와요
<`04년 심상 12월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