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북 치며 오는 열두천사

자크라캉 2006. 2. 21. 21:36
                                

치며 오는 열 두 천사 / 심은섭

 

                                                             

          

남사당패 피리소리 들으며 열 두 천사가 와요

`05카렌다 속으로

정월천사가 와요 북을 치며 바다가 쏟아낸 태양을 든

이월천사가 와요 눈 속에서 미소를 뽑아 올린 매화로

삼월천사가 와요 제비가 호박씨 물고 오는 길을 내는

사월천사가 와요 앵두나무에 누이동생 입술 매달리는

오월천사가 와요 아낙네가 밤꽃냄새에 잠 못 이룬 밤

유월천사가 와요 말매미가 서러움에 겨워 목 쉬던 날

칠월천사가 와요 견우와 직녀가 만날 다리를 놓아 줄

팔월천사가 와요 달맞이꽃을 짓밟은 강물을 걷어내는

구월천사가 와요 가을 비가 마당 깨무는 소리 들으며

시월천사가 와요 밟으면 바스락 소리 나는 어미 닮은

동지천사가 와요 묵정-밭에 묻힌 폐비닐 손을 당기며

섣달천사가 와요 복음을 가득 실은 루돌프 설매 타고

와요와요와요천사가와요

북 치며 열 두 천사가 와요

 

 

 

<`04년 심상 12월호>

 

 

 

심은섭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011-376-6812

shim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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