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옹이/ 박성우

자크라캉 2006. 2. 21. 21:13


옹이 / 박성우



 

 

느티나무 둥치에 옹이가 박혀 있네

여린 곁가지에 젖을 물려주던 마음

젖꼭지처럼 붙박혀 있네


정이 어머니는

옷을 개거나 쌀을 씻다가도

왼쪽 가슴에 손을 얹어보네

손가락 사이로 더듬어져야 할

꽃봉오리는 만져지지 않네

상추쌈 먹고 젖을 먹이면 초록똥을 쌌지


꽃잎 떨어져나간 자라에 옹이가 박혀 있네

배냇니로 젖을 빨던 정이는 시집을 갔네

감정을 절제해도 절제된 가슴이 우네

암(癌), 이제는 암시랑도 안혀

정이야, 무너질 가심이 없응께 참 좋아


거울 속의 가슴을

거울 밖의 어머니가 내리쳤을 때

도려져나간 가슴이 젖을 흘렸네

정이 친정집 목욕탕엔 거울이 없네

움푹 들어간 가슴이 비치지 않네


세상의 상처에는 옹이가 있네

 

-시집 {거미}(창작과비평사,2002/9)




시의 최대 볼거리는 옹이와 젖꼭지를 병치 비교한 것이다. 아주 간단한 비교 같지만 상당히 오묘한 비교이기도 하다.

옹이와 젖꼭지의 색깔, 그리고 크기, 넓은 면적에 틀어박힌다는 사실 등을 발견하여 1차적으로 옹이를 젖꼭지로 만들고, 옹이의 생산성을 반증하였다.

2차적으로는 옹이가 빠지기 쉽다는 것에 주목하여 “이제는 암시랑도 안현” 암(癌)에 걸려 절제되어진 젖꼭지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옹이의 역할도 뒤집어 강조하고 있다.

옹이를 ‘상처’로 ‘젖꼭지’로 구체적인 사물을 대입시키는 것, 이것이 이미지를 선명하게 이끄는 하나의 방법이고 이미지를 넘어 상징에까지 이끄는 힘이라는 걸 시하나 식구들이 잘 알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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