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미싱창고/박성우

자크라캉 2006. 2. 21. 21:11

미싱 창고 / 박성우


 

 


공장에선 졸음이 가장 무서운 벌이다

성우 총각 어젯밤에 뭐했어!

실밥 따던 아줌마들

힐끗힐끗 곁눈질하다

입을 막고 킥킥댄다

딱, 5분만 자면 피로가 풀릴 것 같아

나는 화장실에 가는 척

김반장의 시선 피해

미싱 창고로 발길을 옮긴다

문을 당기니

기름냄새 일부가 황급히 나가다 말고

소나기에 막힌다

천막으로 지어진 창고엔

빗소리가 차곡차곡 채워진다

나는 고장난 미싱에 엎드려

빗물 쌓이는 소리 듣다가

잠을 잔다

는 생각을 잊는다

지도리미싱 두 대, 랍바미싱 두 대, 본봉미싱 석 대,

오바미싱 두 대, 수소미싱 한 대, 도매미싱 한 대,

보조사원 박성우 한 대,

고장나 있다


몸에 미싱바늘 꼽은 채

수리를 기다린다


-시집 {거미}(창작과비평사,200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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