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판상어 / 박상우
K섬유는 팬티를 만드는 하청공장이다
그 공장엔 빨판상어가 붙어산다
여공들은 그 기생성 물고기를 김부장이라 부른다
김부장은 지금 사우나를 하고 있다 물론
김부장은 업무차 본사에 있는 것이다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다음달 일거리를 조금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허리를 굽히고 있는 것이다. 굽신굽신
김부장은 K섬유 사장을 주무르는 대가로
여공들이 받는 월급의 네 배를 챙긴다
그럼에도 늘 먹이가 부족한 김부장은
뒷골목에서 부스러기를 챙긴다
납품만큼은 직접 나가는 김부장은
월말마다 나가는 납품창고가 헷갈리는 것인지
매번 다른 방향으로 운전대를 돌린다
뿐만 아니라 김부장은
어린 여공들이 흘린 사생활을
바늘이 다치지 않게 덮치기도 한다
봉제공장 부장답게 어린 여공들의 입 꿰매는 법을
김부장은 익히 알고 있다
-시집 {거미}(창작과비평사,2002/9)
'문예지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권기만] 찬밥 (0) | 2006.02.23 |
---|---|
개야도 김발 / 박성우 (0) | 2006.02.21 |
주술가 / 박성우 (0) | 2006.02.21 |
옹이/ 박성우 (0) | 2006.02.21 |
미싱창고/박성우 (0) | 2006.0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