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학 개론
심은섭
열도列島의 신분이 섬이라서 너를 섬으로 보는 거다 그러나 너는 섬이 아니다 무면허 사냥꾼에게 영혼이 거세된 강치들의 울음이 굳어진 대릉원이다 저녁마다 후지산의 수상한 기침소리가 들려오면 도요새들이 어금니를 깨물며 맞서던 항쟁지이다
너의 영혼을 앗아 가려고 하면 할수록 대장장이가 무녀의 눈빛으로 찬물에 칼날을 담금질 하듯 너는 온 몸을 바닷물에 절이며 산다 그 소금기로 목숨을 연명할지언정 한 뼘의 영토를 넓혀본 적이 없다 괭이갈매기들의 절망만을 건져 올렸을 뿐,
화산폭발로 너의 온 몸이 화상을 입을 때 신이 흘린 눈물 한 방울이다 피멍이 들어도 동해바다가 산맥의 두 팔로 너를 떠받치고 있으므로 시지푸스가 정상으로 들어 올리던 바윗돌을 가슴에 무수히 올려놓아도 너는 결코 가라앉지 않는다
- 출처 : 2022년 『시의 독립을 선언하다』(한국현대시인100인+플러스), 창간100호 기념출판
《심은섭 시인》
∙2004년 『심상』으로 등단
∙20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 : 『K과장이 노량진으로 간 까닭』,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평론집 : 『한국현대시의 표정과 불온성』, 『상상력과 로컬시학』 외
∙(현)가톨리관동대학 교수
'나의 자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늙은 도둑의 오후 - 심은섭 (0) | 2022.06.21 |
---|---|
등나무의 순교 - 심은섭 (0) | 2022.06.21 |
회전목마 - 심은섭 (0) | 2022.05.07 |
멍게- 심은섭 시인 (0) | 2022.05.07 |
겨울나그네 / 심은섭 (0) | 2022.04.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