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붉은 동백의 선언문 - 심은섭

자크라캉 2021. 6. 20. 15:42

 

 

붉은 동백의 선언문

 

 

심은섭

 

 

 

눈이 내린다 무릎까지 차오른다

오와 열을 맞춰 서서 추위에 떨고 있는 저들을

한낱 나무로 생각했으나

 

나무가 아니다

기필코 세 번의 꽃을 피우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언 손으로 작성한 붉은 선언문이다

 

먼 섬나라의 말발굽 소리가 들려와도 허공에

꽃을 매달아야 한다는 것과

목을 꺾어,

 

통째로 땅 위에 떨어져서라도 꽃으로 다시

환생해야 한다는 것과 나의

부패한 정신의 마루에 꽃을 피워주겠다는 맹서이다

 

한낮에 마른 천둥소리 같은

선혈의 선언문 낭독에

산사를 오르내리던 바람도 고개를 끄덕인다

 

 

-출처 : 2021See4월호에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