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심은섭
불혹이 넘은 여인의 마음을 이토록
들쑤셔놓은,
찬바람이 폭력을 휘두르던 들판에
따스한 온풍기를 틀어 놓은
넌, 누구니?
욕망을 채운 고양이에게
또 다른 욕망을 채울 수 있는 힘을 준,
꽃들의 유언이
열매라고 채찍질로 가르쳐 주는
넌, 누구니?
내 그리움의 길이만큼
아버지의 무덤에 잔디가 자라게 만든,
생에 지쳐 우시던 어머니의
슬픔만큼 찬란한
넌, 누구니?
-출처 : 2021년 『See』 4월호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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