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 심은섭(2016년 『현대시』 5월호 발표)

자크라캉 2016. 5. 7. 21:06


 


             사진<https://en.wikipedia.org/wiki/Button#/media/File>에서 캡처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심은섭

 

옷소매를 통과하던 두 팔이 달아나고, 그 자리에 달의 뒤편으로 뻗어가던 내 어둠이 채워졌다 그 어둠 속에서 누가 나를 집어 삼키고 내 손금마저 사용하고 있었다 나는 시나브로 아침을 통과하지 못한 저녁으로 자랐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폐경의 꽃이 하혈을 했다 그는 마지막 숨을 몰아내고 나사못 같은 부리로 나의 어둠을 쪼아대며 유방 하나를 떼어 내 입술에 걸어 주었다 그럴수록 달아났던 두 팔은 회향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Y셔츠 두 번째 단추를 끼울 때 자본에 조련된 한 구의 시체가 흰 기둥에 걸린 출근 인식기를 통과했다 그는 어느 누구도 해독하지 못하는 문장이었고 그 두 손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나의 영정사진이 들려 있었다

 

 

-2016년 『현대시』 5월호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