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작시

단오별곡 - 심은섭

자크라캉 2015. 9. 17. 13:15

 

        사진, <중년들 삶의 여유>님의 카페에서 캡처(http://cafe.daum.net/rest1234rest/92iD/)

 

 

오별곡

 

     심은섭

 

 

 

누이와 나는

강뚝에 앉아 난장을 바라다보는 것이 좋았다

그네뛰기, 씨름

창포머리 감기, 관노가면극

엿장수 가위질은 기타소리 보다 더 아름다웠다.

 

누이와 나는

들고양이처럼 난장을 바라다 보는 것이 좋았다

말을 잃어버리고

넋을 잃어버리고

난장을 바라다 보는 것이 한 없이 기쁜 일이었다

 

누이와 내가

연어떼가 돌아오지 않는 남대천 강변을 거닐며

말을 잃어버렸을 때

넋을 잃어버렸을 때

누이의 머리카락 속에 꼭꼭 숨는 단오를 보았다

 

누이와 나는

매양 수양버드나무 아래에 앉아 눈을 크게 뜨고

무녀의 눈빛을 읽으며

신목의 떨림을 들으며

유년이 잘려나가는 눈이 큰 들고양이가 되었다

 

 

 

 

-2015년, <시인정신> 가을호에 게재

 

 

 

 

<약력>

 

* 심은섭

* 문학박사

* 시인 and 문학평론가

* `04년 시 전문지 월간『심상』으로 시인 등단.

* `06년 『경인일보』 신춘문예 詩부문 당선.

* `08년 『시와세계』로 <문학평론가 > 등단

* (현)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