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팔공클라이밍>님의 카페에서
투신 / 최춘희
자두나무에 꽃이 피었다
붉고 고운 자두빛 진한 향기가
허공을 밟고 내려와 춤을 추고
그 아래 젖은 눈 들어
지워진 발자국 훔쳐보는
내가 있다
만개한 저 꽃향기 건지려고
투망 던지듯 너를 던진 것이냐
시여,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을 때
눈 떼지 말고 받아 주렴
혀 빼물어 더럽다 하지 말고
경계 없는 너른 품새에
자리 하나 마련해 주렴
팔 벌려라, 꽃아
팔 벌려라, 꽃아
출처 : 시집 『시간 여행자』, 황금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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