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속 詩

투신 / 최춘희

자크라캉 2011. 2. 19. 00:33

사진<팔공클라이밍>님의 카페에서

 

 

 

/ 최춘희

 

 

자두나무에 꽃이 피었다

 

붉고 고운 자두빛 진한 향기가

허공을 밟고 내려와 춤을 추고

그 아래 젖은 눈 들어

지워진 발자국 훔쳐보는

내가 있다

 

만개한 저 꽃향기 건지려고

투망 던지듯 너를 던진 것이냐

시여,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이 없을 때

눈 떼지 말고 받아 주렴

혀 빼물어 더럽다 하지 말고

경계 없는 너른 품새에

자리 하나 마련해 주렴

 

팔 벌려라, 꽃아

팔 벌려라, 꽃아

 

 

출처 : 시집 『시간 여행자』, 황금알,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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