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괴정댄스스포츠>님의 카페에서 캡처
예술은 협잡이고 사기다 / 이승훈
예술가들은 자기방어에 실패한 자들이 많고 언제나 신경증 히스테리 강박증과 싸워요. 그럼 창조행위란 뭐냐? 그건 방어 실패를 극복하는 행위예요. 병 때문에 시를 쓰고 시를 쓰며 병을 치료한다. 역설이지. 병이 병을 치료하는데 과연 치료되는가? 쓰러져가는 이 낡은 건물, 나의 협잡, 신경증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나를 치료할 수는 없다. 사르트르의 말입니다. 병이 든 나는 쓰러져가는 낡은 건물이고 글쓰기는 한 마디로 협잡이다. 예술은 사기, 속임수, 기만이라는 거야. 그러니까 일생 가요. 정신병은 일생 가는 겁니다. 치료는 무슨 치료?진정제 먹고 견디죠. 시쓰기가 진정제야. 그런데 멀쩡한 인간들이 무슨 시이고 예술입니까? 그런 인간들은 정치를 하거나 장사를 하면 돼요.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은 일생을 정신분열증에 시달리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완벽한 논리에 매달렸죠. 논리는 외부 세계를 단념하는 방법이야. 시쓰기도 세계를 단념하고 체념하는 방법으로 나가야 하고, 마침내 쓰러져가는 이 낡은 건물도 환상이라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계간 『문학동네』 2010년 가을호 발표
1942년 강원도 춘천에서 출생. 한양대 국문과 및 연세대 대학원 국문과를 졸었. 1963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사물A』,『환상의 다리』, 당신의 초상』, 『사물들』, 『당신의 방』, 『너라는 환상』, 『길은 없어도 행복하다』, 『밤이면 삐노가 그립다』, 『밝은 방』, 『나는 사랑한다』 등이 있음. 시론집으로는 『시론』, 『비대상』, 『이상시 연구』, 『시작법』, 『모더니즘 시론』, 『포스트모더니즘 시론』, 『한국현대시론사』, 『한국현대시 새롭게 읽기』, 『해체 시론』, 『한국현대시의 이해』등이 있음. 그리고 산문집 『너의 행복한 얼굴 위에』, 『너라는 신비』, 『모든 섬은 따뜻하다』, 『당신도 15분 유명하다』 등과 편저로는 『문학상징사전』 등이 있음. 현대문학상·한국시협상을 수상. 현재 한양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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