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지발표작

식탁은 불후의 명작 한 편이다 / 이 기 철

자크라캉 2010. 3. 9. 23:32

사진<인성고7회>님의 카페에서

 

탁은 불후의 명작 한 편이다 / 이 기 철

 

 

식탁 가에는 숨소리 익은 식구들이 있다

식탁에는 식구라는 가장 따뜻한 이름들이 마주앉는다

 

아삭아삭 상추잎을 명편 수필처럼 싸 입에 넣으면

하루가 이슬처럼 맑아지는 식탁 가의 시간

 

살짝 데친 우엉잎은 한 행의 시구다

누가 처음 두근거리며 불렀을

아버지 누나 오빠 아우라는 말들이 밥상 가에 둘러앉는다

식지 않은 된장찌개의 열의는 곁에서 끓는다

 

누구든 식구에게는 손으로 편지를 쓴다

손으로 쓴 편지는 식구를 울게 한다

기뻐서 우는 마음이 식구의 마음이다

 

나무의 나이테같이 동그랗게 둘러앉은 얼굴 송이들

수저도 정갈히 놓아 두는 식탁 가에서

간장종지도 고추장 접시도 악기가 되는 시간이

떨기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

 

아직도 춥다면 마음이여

놋숟갈로 아욱국을 떠먹으렴

이 평범한 한 끼 식탁이 식구의 하루를 밝힐 때

 

밥상은 불후의 명편

식탁은 불멸의 명작 한 편이다

 

2010년《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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